유난히 열대야가 길었던 올 여름의 기세가 꺾이고 드디어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등산과 마라톤의 계절이다. 하지만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면 족저근막염이 초래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의 두꺼운 섬유조직인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족저근막은 발에 미치는 충격을 줄여주는데 달리기나 등산을 장시간하면 족저근막과 다리의 아치근육이 혹사당해 궁극적으로 족저근막이 손상을 입게 된다. 족저근막염이 생기면 발바닥에 염증, 부기, 통증이 나타나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심한 경우 걷기조차 힘들다.

산책하거나 가볍게 걷기는 건강에 좋지만, 장시간 또는 강도 높게 하는 게 문제다. 정신건강을 위한 사색 목적의 산책이라면 하루 20분이면 충분하다. 걷기 운동의 효과는 하루 1만보가 아닌 2300보 이상, 7000보 남짓이면 족하고 출퇴근 시간을 합쳐 하루 30분, 1주에 150분이면 모자라지 않다고 하니 이보다 오랜 시간 걷거나 달리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
아울러 샌들이나 하이힐은 물론 굽이 너무 낮은 편평한 신발, 쿠션이 없는 신발, 딱딱한 신발 등 잘못된 신발이 장시간의 운동 또는 걷기라는 조건에 더해 족저근막염을 일으키는 도화선 역할을 하므로 신발 선택에 신경 써야 한다.
한때 굽 가운데가 둥그렇고 두툼한 마사이족 신발이 발목에 부담을 덜 주고 운동 효과를 높인다 해서 인기였다. 발목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신으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이 또한 좋은 신발이라 보기 어렵다.

족저근막염을 개선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바로 걷지 않고 발에 휴식을 주는 것이다. 발바닥 근막과 아킬레스건에 집중해 스트레칭을 하고, 하퇴근육을 강화해 발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도록 물리치료를 한다.

통상적으로 얼음찜질을 해주고, 발 아치를 지지해주는 신발이나 보호대, 쿠션을 착용한다. 당분간 운동은 수영이나 자전거타기로 전환하고, 실내 바닥에 충격을 더 잘 흡수하는 소재를 까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아울러 테이핑요법, 자는 동안 착용하는 스플린트(부목)으로 발바닥에 미치는 압력과 염증을 줄여줄 수 있다.

중등도 이상의 족저근막염이라면 6개월가량의 물리치료(보전적치료)를 받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체외충격파와 함께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으로 물리치료의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도 있다. 체외충격파는 손상된 족저근막과 주변 조직을 재생한다. 혈관의 재형성을 도와주고 족저근막 주위의 힘줄, 인대, 뼈 등을 자극해 조직의 재구성을 유도함으로써 족저근막이 자연치유력에 의해 정상화되도록 한다.

전기자극치료의 일종인 ‘엘큐어리젠요법’은 1500~3000V의 고전압을 미세한 전류의 세기로, 정전기 형태로 족저근막염 환부에 흘려보내는 방법이다. 족저근막염은 통증과 염증을 동반하는 여느 근골격계질환과 마찬가지로 세포막 안쪽의 음전하가 고갈돼 세포의 에너지 생산이 감소하고 신호전달 체계가 둔감해지면서 통증이 유발되는 병리를 갖는다.

이 때 특수한 전기자극을 가하면 세포 간 소통을 막는 림프찌꺼기가 용해되고, 신경세포가 자극받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세포재생이 활발해져 통증이 경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상 매주 한두 번, 총 8회 정도 치료를 받으면 증상의 개선이 관찰되고 15회 정도 치료하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통증 완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에 압력이 가해지는 운동을 장기간 지속하거나, 평소 운동을 하지 않다가 급작스럽게 운동량을 늘리는 것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면서 발바닥의 지방층도 얇아지고 완충작용을 하는 연체조직이 퇴행을 보이므로 강도 높은 운동 시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적절한 굽 높이와 쿠션을 가진 신발을 고르는 것도 예방에 필수적이다.

증세가 나타난 지 오래될수록 보존적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일찍 진료를 받아 치료에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글 :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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