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위한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누적액이 2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8년간 총 21조6700억원의 법정 국고지원금을 덜 지급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 중 14%는 일반회계에서, 6%는 담뱃세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조달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 법적 의무를 충족하지 못해 매년 축소 지원을 해온 상황이다.

건강보험공단 CI (건강보험공단 제공)
건강보험공단 CI (건강보험공단 제공)

정부는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49조7032억원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했지만, 실제 지원액은 128조332억원에 불과했다. 연도별 미지급액은 2007년 3102억원, 2008년 4592억원 등 해마다 적지 않은 금액이 미지급됐다. 가장 큰 미지급액은 2017년과 2018년으로, 각각 2조1474억원과 2조4229억원에 달했다.

역대 모든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낮게 잡거나,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하는 등 방식으로 법정 기준을 피했다. 이명박 정부는 평균 16.4%, 박근혜 정부는 15.3%, 문재인 정부는 14%만을 지원해왔다. 윤석열 정부 역시 법정 지원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 2025년 예산 기준 국고지원은 12조6000억원으로, 법정 기준인 20%에 크게 못 미친다.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국고지원 비중은 현저히 낮다. 입법·정책 연구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고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 규정을 '지지난해 수입액 또는 지출액의 20%'로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의 일몰제 폐지도 검토돼야 한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 규정은 2022년 12월 말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여야가 지난해 3월 관련 법안을 개정해 2027년까지 5년 연장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명확히 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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