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부터 20∼34세 청년 2년 주기로 정신 건강 검진 실시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조기진단 놓치면 만성화로 고통”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취업 불안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우울증 등으로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청년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32.1%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22.9%에 비해 9.2%p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6%에서 2022년 36%로 증가했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7만6246명에서 2021년 17만3745명으로, 4년 사이 무려 45.7%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가 12만3592명으로, 20대 남성 환자 4만172명보다 3배나 더 많았다.
이수진 부산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과장은 “우리나라 청소년 5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장애를 겪어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치료·상담 등 정신 건강 서비스를 이용해 본 청소년 비율은 5.6%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려 외부와 단절한 채 살아간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말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자료에서는 국내 고립·은둔 청년을 34만여 명으로 집계하고 있고, 이 중 14만여 명은 은둔 상태가 장기화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우울증은 청년들이 겪는 우울 장애를 의미한다.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의 대표 증상으로는 슬픔, 허무감, 매사에 의욕 저하,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 불면이나 과다 수면, 폭식, 불안 초조, 집중력 저하, 생각이나 인체 반응이 느려지거나 우유부단, 과거에 대한 후회나 죄의식 등의 10가지다. 이들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최세지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과장은 “청년 우울증은 학업, 직장, 대인 관계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감정적 불안정 상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고립된 시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학업, 취업, 인간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운동, 명상, 취미 활동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휴식 등 규칙적으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일도 정신 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다.
고민이나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고, 서로의 경험과 조언을 나누며 위로와 지지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 과장은 조언했다. 이 과장은 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일반 건강 검진 내 정신 건강 검사’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부터 20∼34세의 청년들이 2년 주기로 일반 건강 검진을 받을 때마다 정신 건강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10년 주기로 일반 건강 검진 시 우울증 검사를 실시해왔다. 중증 정신 질환이 주로 처음 발병하는 청년기에 주기적인 정신 건강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만성화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우울장애, 조현병스펙트럼, 양극성장애 등 주요 정신 질환의 발병 중위연령이 20, 3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엽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12.1%에 불과해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고, 청년층의 경우도 16.2% 수준에 그친다”면서 “향후 매 2년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신 검진을 실시함으로써 정신 질환의 미 치료 기간을 단축 시켜 정신 질환 증상 초발 후 최대한 빠른 발견과 치료 개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부의 청년 정신 건강 검진 실시 주기 단축 조치를 반겼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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