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로 착각하기 쉬운 청소년 우울증...보호자의 각별한 관찰과 관심 필요
청소년기 격정적인 감정 기복을 보고 흔히 '사춘기'라 일컫는다. 그러나 항상 밝았던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면 마냥 사춘기라 여기기 보다 '청소년 우울증'을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요 근래에는 입시 스트레스, 학교폭력, 사회성 결여,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도박 등 다양한 이유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보호자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 청소년 우울증·불안장애 급증, 입시 경쟁과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
최근 10대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수는 약 56.4% 증가했고 특히 수능이 있는 11월에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극단적인 입시 경쟁과 성적 스트레스가 심리적 압박과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의하면 10대 이하의 정신과 약 처방량도 급증하고 있어 정신적 고통을 겪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학군 밀집 지역에서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에서는 정신과 병원이 집중되어 있으며, 환자 수가 전체의 약 3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상담 치료를 넘어 근본적인 스트레스 요인인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회적 압박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배승민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열된 입시 경쟁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의료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정부는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방 프로그램과 예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 청소년 우울증의 초기 증상, 주의 깊은 관찰 필요해
청소년기 우울증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짜증, 예민함이 있다. 우울증 증상으로 잘 알려진 우울감, 무기력감 등과 함께 흥미나 의욕 저하, 식욕 감소, 수면 문제 등을 겪기도 한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학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일 수록 집중력 저하가 두드러진다"며 "책을 읽다가 앞선 문장을 잊기도 하고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사춘기 반항 행동이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어 부모나 교사가 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사춘기에는 일시적인 감정 변화나 반항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해 아이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에는 성적도 좋고 학교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아이가 갑자기 중학생이 되면서 기운이 없고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면 우울증 초기 증상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도 아이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ADHD는 보통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집중력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ADHD와 우울증은 다르게 치료해야 하므로 증상이 중복된다면 의료진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정신과 상담에 대한 편견을 너무 염려하기 보다는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며 "상담 전화 등을 통해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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