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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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에서 제기되는 홍역의 원인과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홍역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홍역 환자는 약 33만 명으로, 2022년(약 17만 명)과 2023년(약 32만 명)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1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홍역 확산이 보고되면서 약 200명이 감염됐으며, 텍사스와 뉴멕시코주에서는 사망 사례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인사들이 홍역 발생의 원인으로 영양실조를 지목하거나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명확한 반박을 내놨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며, 영양 상태와는 무관하게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며 “영양실조가 증상 악화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건강한 사람도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약 5만 명 규모의 홍역 유행이 발생했던 사례를 들며, 당시 국내 아동의 영양 상태는 양호했음에도 홍역이 확산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부가 적극적인 2차 접종을 실시하면서 홍역 퇴치국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은영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홍역 백신을 맞지 않으면 영양 상태가 좋은 사람도 폐렴이나 뇌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조 교수는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성은 이미 오랫동안 부정된 사실”이라며 “백신과 자폐증을 연결 짓는 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률이 낮아졌고, 이후 방역이 완화되면서 홍역이 다시 확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홍역 환자는 49명이었으며, 올해도 이달 6일까지 16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2014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 인증’을 받았으나, 해외 유행으로 인한 유입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 교수는 “홍역은 공기 전파 감염병 중에서도 전염성이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라며 “홍역 유행 국가를 방문하기 전에는 MMR 백신 2차 접종을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 귀국한 후 미열이나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여행 이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진성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최근 국내 홍역 환자 중에는 베트남에서 감염된 사례가 많다”며 “접종력이 없는 사람이 홍역 유행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출국 최소 6주 전 1차, 2주 전 2차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6~12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가속 접종이 무료로 제공되며, 홍역 확진 시 격리 치료 후 치료비도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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