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에 기반하는 책임의 현재
우리나라는 훌륭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의료기관이 생활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의료의 수준 대비 의료비가 낮아 진료를 받기 좋은 나라로 손꼽힌다. 질병과 건강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고,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개발과 보급으로 병원 간의 수준 격차도 줄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비자가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차 병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많은 병·의원의 수만큼 생존경쟁이 심화되기에 사회적 책임은 경영 전략에 중심을 두고 이행되기도 한다. 깨끗한 진료환경, 다양한 사회 공헌 등의 긍정적 이미지와 환자 중심의 서비스에 따른 신뢰감 형성은 병원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으로 작용된다.
가치의 재고 위한 다방면 노력 이어가
의료기관은 국·내외 의료봉사,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캠페인, 건강 강좌를 통한 지식 나눔, 심포지엄, 소외계층 지원, 의술 전수, 재능 기부 등 크고 작은 책임을 실천해오고 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속해있는 소모임, 진료과, 학회 등 다양한 그룹에서 시행되며 기관의 규모가 클수록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러한 공헌 내용들은 외관과 로비, 홈페이지 등에 게재되어 디딤돌 역할을 한다.
사회적 책임의 부분은 나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기관들은 질병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윤리적, 자선적, 법적, 경제적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하나씩 풀어간다.
세브란스병원은 말기암 환자를 위해 대형병원 중 처음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클리닉을 개설한 바 있고,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은 방사선 치료의 최첨단 기술인 양성자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폭행 이슈를 예방하기 위해 원내 폴리스 제도를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료질 평가에서 전 부문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병리과 전문의 부족난을 완충할 디지털 병리 시스템 전면 도입을 2020년 예정하고 있다. 환자와 종사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다방면의 책임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자발적 선순환 가능한 환경 조성 기대
의료기관은 구성 인력의 특성을 살린 전문성 높은 책임 활동이 가능하다. 다양한 책임을 통한 이미지 향상과 환경 개선은 기관, 업계의 긍정적 순환으로 이어지지만, 이에 앞서 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고유의 직업윤리가 요구되고, 이들은 임상 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며 자선적 책임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에 공감한다. 사회 공헌의 수행이 구성원의 소속감과 직무 몰입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운영현황 상 개인의 자발적이고 활발한 참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직업군이지만 근무 환경의 측면에서는 강도 높은 노동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수직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은 직업적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하지만 감정노동과 근무시간의 질적 측면은 현저히 낮은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노동 강도에 따른 구조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지만, 법적 개선 방향과 업무 환경의 현실은 상충이 크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과 기대는 점차 높아지고 있고, 지속적 성장을 위한 의료기관의 경영이념은 다각화되어야 한다. 또한, 책임의 이행은 기관의 재무적 가치를 위한 전략적 기반이기에 앞서 개인의 사명감과 도덕적, 윤리적 의식에 따른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환경의 조성도 기관의 책임 중 하나이다. 장기적인 경쟁력과 조직성 향상을 위해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다양한 책임이 선순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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