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이상 5명 중 1명꼴 발생 … 급성악화로 입원 시 3.3년 뒤 50%, 7.7년 뒤 75% 사망 위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국내 45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2020년 세계 3대 사망 원인… 2050년엔 1위 전망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전세계 10대 사망 원인을 발표하면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에 이어 사망 원인 3위에 올렸다. 4위는 폐렴과 세기관지염 등 하기도감염, 5위 신생아질환, 6위 호흡기암·폐암, 7위 알츠하이머병 순이었다. 2050년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전세계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국내 사망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 당 11.0명이 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하기도질환)으로 사망했다. 전체 11번째다. 최근까지 국내 10대 사망 원인에 꼬박꼬박 포함됐지만 지난해 처음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신아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급성으로 악화해 입원하게 되면 3.3년 뒤 50%가 사망하고, 7.7년 뒤에는 75%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면서도 “의학이 발달하면서 꾸준히 관리하면 유지와 관리가 가능한 질병인 만큼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높은 유병률 대비 인지도는 턱없이 낮아… 증상 악화 후 병원 찾아
문제는 이러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다. 숨이 차거나 가래, 기침이 나타나면 단순히 감기로 치부하거나 증상이 좀 가라앉으면 나았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40세 이상 유병률은 13.3%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증가해 70대 이상 남성은 48.5%로 높게 나타난다. 반면 실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다고 인지한 사람의 비율은 2.8%에 불과해 대부분 증상이 악화한 후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아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질환의 빈도나 심각성에 비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 중 하나다”며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이 환자인 줄도 모르고 제대로 치료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COPD 70~80%는 흡연과 연관… 40세 이후 나타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 기도가 좁아지고 폐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직업적 유해가스 노출, 실내외 공기 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 실질에 만성 염증이 발생해 생기는 병이다.
만성 염증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실질이 파괴되면 폐기종이 생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기도가 좁아져 숨을 쉴 때 공기의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게 돼 숨이 차게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이렇게 숨이 들어오기도 힘들어지고 호흡곤란이 악화돼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인자는 65세 이상의 고령, 남성, 저소득, 과거 또는 현재 흡연자다. 일반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70~80%는 흡연과 관련돼 나타난다. 나머지는 흡연과 관련되지 않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비흡연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결핵과 천식이다.
신아영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흡연으로 대표되는 실내외 오염된 공기나 미세먼지 등에 대한 노출, 직업상 분진이나 가스 등에 장기간 노출된 과거력, 저체중으로 태어나거나 어려서 호흡기 감염이 자주 있었던 경우, 유전력 또는 면역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통 40세 이후 나타나게 된다”며 “주로 호흡곤란, 가래, 기침, 흉부 불편감, 답답함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하게 되는데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호흡곤란·기침 지속하면 의심… 폐기능 떨어지면 완치 어려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을 못 느끼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침과 호흡곤란이 흔한 증상이지만 기관지 천식, 심부전, 폐렴, 폐암, 기관지확장증 등 다른 질환에서도 이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분이 필요하다. 보통 점차 심해지는 호흡곤란(특히 운동하면 심해짐)과 지속적 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잘 낫지 않고 오래가는 기침, 계속되는 가래 등이 나타난다.
문제는 폐기능이 30~40%로 떨어진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폐기능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후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폐가 두 개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쪽 폐로도 살 수 있는데 폐기능이 50%까지 떨어져도 특별히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별 증상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신아영 교수는 “과거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사망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약제의 발달로 조기에 진단하면 폐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며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미리미리 폐 정기검진을 받고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조기에 발견했더라도 폐기능이 일단 저하되면 완치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에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증상과 폐기능을 호전시키고 악화를 예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오랜 흡연력이나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 폐활량 검사를 통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비율, 즉 최대 폐활량 대비 1초간의 호기량 비율이 0.7 미만일 경우 진단한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3배가량 많다.
예방·치료는 ‘금연’부터… 40세 이후 매년 정기검진 필요
만성폐쇄성폐질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 바로 금연이다. 금연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고 폐기능 감소를 늦출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급성악화가 자주 발생해 입원 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더불어 모든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필수다. 숨이 차다고 움직이지 않게 되면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호흡 근육을 포함한 운동 근육이 위축된다. 일상생활과 운동은 호흡곤란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우울이나 불안 등의 문제를 감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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