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잇몸 속에 숨어 있는 ‘사랑니’는 어금니의 뿌리 부분에 압박을 가해 치아 흡수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즉각 발치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올곧게 자라 통증이나 치아 손상 우려가 없다면 발치를 하지 않고 사랑니를 유지하여, 추후 어금니를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사랑니는 무조건 발치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득실을 따져 발치 여부를 결정하는 심도 높은 진단이 필요하다.
더불어 개인의 생활 습관 및 치아 관리 방식까지 고려해 장기적 관점으로 사랑니 발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랑니는 위치의 특성상 양치를 잘한다 하더라도 위생적인 관리가 어려워 당장의 상태만으로 보존을 결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에 사랑니 발치 시에는 반드시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정확도 높은 정밀 검사 뿐만 아니라 후유증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함이다.
매복된 사랑니는 턱 주변의 감각을 관장하는 신경관에 매우 근접해 있다. 때문에 발치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만 발생하더라도 사랑니의 뿌리가 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감각 이상 및 마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수개월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매복된 사랑니를 발치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후유증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3차원 CT 등 우수한 장비를 활용해 신경관 및 혈관의 위치와 치아 뿌리의 형태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체계적인 발치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
발치는 개개인의 구강 상태에 맞추어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케이스와 난이도의 다양한 발치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랑니로 인해 잇몸뼈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발치 시 충격에 의해 턱뼈가 골절될 위험도 따른다. 사랑니 발치를 오래 미뤄왔거나, 여타 이유로 뼈 건강이 취약한 경우라면 악관절의 상태까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특이사항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
사랑니발치 직후에는 마취 효과로 통증이 미미하지만, 마취가 풀리면서 발치 전보다 불편한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의 통증은 이틀 정도 지나면 많이 감소되는 데, 수일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드라이 소켓(dry socket)’이라는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 드라이 소켓은 통증과 더불어 부기와 구취를 동반한다. 발치 부위 뿐만 아니라 인접한 턱과 목, 얼굴 등에도 통증이 번지기도 하는 만큼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따르므로 안정적인 발치와 완성도 높은 봉합이 가능한 숙련된 의료진인지 확인 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치 후 통증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는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딱딱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음주와 흡연을 피한다. 특히 흡연은 담배를 빨아들일 때 구강 내 압력을 높여 발치 부위 봉합을 느슨하게 만들거나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빨대 사용도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치 부위의 이상 증세가 느껴지는 즉시 치과를 찾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늦은 시간 또는 주말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응급실을 찾아야 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평일 이른 시간에 발치를 하는 것도 팁이 될 수 있겠다.
(글 : 이엔이치과 여환호 원장(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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