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치석은 물론 식사량이 많이 줄고 턱 아랫부분이 심하게 붓자 보호자는 이웃과 함께 거의 처음 동물병원을 찾았다. 방사선 검사를 해보니 새까맣게 쌓인 치석의 상태는 물론 이미 소실되거나 발치가 필요한 치아는 물론 치주염으로 인한 치조골소실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턱뼈가 얇아져 골절된 상태였다. 정기적인 스케일링 관리를 받지못해 치과질환이 심해진 케이스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례였다. 스케일링과 발치, 골이식 및 골절치료가 함께 진행되었고 이후 예후가 좋아 아직까지도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위해 방문해주시고 있다.
치주질환은 반려견 뿐 아니라 반려묘에게도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상기의 사례처럼 심각하게 발전된 수도 있는 질환이므로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령견, 모령묘 뿐 아니라 반려동물 3세를 기준으로 치주질환을 앓는 강아지는 약 87%, 고양이는 약 70%에 이른다. 사람의 치과질환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지긋지긋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의 구강질환이 사람과 다소 다른 점은 충치보다 치석이 더 잘 형성된다는 데에 있다. 치아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남아 세균과 만나면 치태(플라그, 플라크)를 형성하게 되고 방치된 채 무기질이 섞이면서 단단하게 돌처럼 굳어 치석이 형성된다. 치석은 농축된 세균덩어리로 염증을 유발하여 치은염, 치주염의 원인이 되며 형성된 치석에는 치태가 쌓이기 더욱 쉬워진다.
치은염 초기에는 입냄새가 나기 시작하며 음식을 잘 씹지 못하고 잇몸이 붓거나 출혈 증상이 보일 수 있다. 병증이 악화될수록 잇몸이 퇴축되고 치주가 드러나 치조골소실도 발생되며 치주염으로 진행된다. 이빨을 잡아주는 치조골(잇몸뼈)의 소실이 일어나면 치아가 흔들리고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기 때문에 음식 섭취까지 하지 못해 다른 건강수치까지 악화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치근단농양으로 발전하는데 심할 경우 눈 아래 피부에 구멍이 나서 고름이 흐르기도 한다. 표면적인 모습만 보고 피부병이나 안과질환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방사선 검사를 통해 치근이 녹아 고름이 쌓여있는 것이 관찰되면 치근단농양으로 진단된다.
치주질환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치아 주변의 조직을 파괴해 가는 진행성 염증 질환이다. 악화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행해야 하며, 가장 좋은 것은 평소에 꾸준한 양치질을 해주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치석이 심해지기 전 치아 사이사이, 이와 잇몸 사이 등의 치석을 초음파 스케일러로 꼼꼼하게 제거해주고, 이빨 표면의 미세 스크래치는 폴리싱 작업으로 매끄럽게 연마해준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스크래치라 하더라도 세균이 번식하고 치석이 쌓이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집에서 뾰족한 기구를 사용한 스케일링이 아닌 전문가에게 맡겨야만 안전하다.
꼼꼼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마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마취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인해 스케일링을 소홀히 하는 보호자도 있는데, 마취 전 꼼꼼한 검사가 선행된다면 안전한 마취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 마취 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질병 없는 건강한 반려동물이 마취 사고로 사망할 위험성은 불과 0.05~0.591%이고, 가벼운 전신질환이 있는 노령동물의 경우 0.726%, 심한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1.01~1.33%에 지나지 않는다. 특수한 질환의 경우가 아니라면 치료를 망설일 위험 수치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병이 진행될수록 마취의 위험은 높아지므로 정기적인 관리 차원에서의 스케일링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 한 가지 스케일링을 할 때마다 잇몸이나 치아가 얇아지고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간혹 듣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아이의 구강에 맞게 손으로 직접 시술하는 스케일러와 초음파 진동을 이용하는 초음파 스케일러, 치과용 큐렛을 사용하여 시술을 함으로서 치아 표면의 치석만을 제거하게 되므로 치아에 손상을 입힐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석이 아예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꾸준한 양치습관을 통해 치석 형성 속도는 충분히 늦출 수 있다. 매일 꾸준한 양치를 해주고 어렵다면 최소한 덴탈껌이나 바르는 치약 등으로 라도 관리를 해주자. 스케일링은 일반적으로 1~2년에 1회 권장이 되나 유독 치석이 잘 쌓이는 아이라면 6개월에 1회를 권하기도 한다. 가볍게 생각했다가 자칫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치주질환,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평생 튼튼한 치아로 관리해주기를 바란다.
(글: 서교동물병원 오제덕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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