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이러스 박테리아 컨퍼런스에서 은평성모병원·베스티안병원·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사례 소개
18~19일 양일간 진행된 ‘국제 바이러스 박테리아 산업박람회 및 컨퍼런스’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우수한 대응력을 보인 세 병원의 사례를 통해 이를 집어보는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18일 진행된 이날 컨퍼런스는 노태린 교수 인천가톨릭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팬데믹 대응 코로나19 병원 운영사례’가 소개됐다.
은평성모병원, 구체적인 방역 프로세스와 협력하는 조직문화 구축
가장 먼저 소개된 사례는 수도권 종합병원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원내 감염을 겪었으나, 철저한 자체방역프로그램을 마련해 감염 확산을 막고, 여러 병원의 방역 프로그램 구축에 영감을 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었다.
연자인 이제훈 은평성모병원 감염병감시센터장은 초기 원내감염으로 인한 충격을 수습하고, 전 직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역 프로그램을 만들고 감염관리 감시단 구성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구역별, 업무별 방역 체크리트스를 작성해 배포하고, 감시단은 이에 근거해 원내에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을 도모했다”며 “무임직원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방역을 생활화 할 수 있도록 매뉴얼 배포, 캠페인 진행,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초기 원내 마스크 착용률이 50%에서 90%로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자리잡혔다. 덕분에 은평성모병원은 초기 원내감염 후 추가감염없이 빠르게 정상운영을 할 수 있었으며, 이후에도 뛰어난 원내 방역 성과를 보였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감염병의 모니터링을 지속할 수 있는 감염병검사센터를 개소하고 원내 방역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 교수는 “잦은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던 이 시기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 바이오기업과 타액으로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검사진단기 개발에도 나섰다”며 “위기가 기회로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병원이 갖춰야 할 것에 대해 “창조적 에너지로 이뤄진 보다 높은 차원의 프로세스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모두 협력하는 조직 문화가 그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티안병원, 동선분리 등 감염병 대응에 유리한 구조 만들어야
2제에서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베스티안병원재단 김경식 이사장이 ‘재난상황에서 병원기능의 변경사례’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겪었듯 감염병 상황에서 원내 감염병 환자 출입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다만 확실한 동선분리 등을 통해 원내감염이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화상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병원을 지을 때부터 경증 환자와 분리된 동선으로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3중 양압시설 및 ICU 30병상과 수술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연계해 매년 훈련을 진행하며 재난사태 대응 능력을 길렀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베스티안병원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환자만을 수용하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양압을 모두 음압으로 전환하고 중증 코로나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ICU 음압병상도 162병상으로 늘었다.
김 이사장은 “음압 전환하는데 5억원이 들었으며, 이중 1억원은 공조기기를 1대 추가하는 데 든 비용”이라며 “1개 음압병상 당 2억원을 소요한 다른 병원에 비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병상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축할 때부터 경증과 중증 환자의 동선분리 및 3중 공조시스템 등 원내 감염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전담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병원들이 쓴 돈은 어마어마한데, 원이 개원할 때 처음부터 감염 방지 구조와 시스템을 갖춰 놓는다면 향후 감염병 사태가 다시 일어날 때 빠르고 효율적으로 의료자원을 전환할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작은 병원이어서 ‘워크스루’를 개발할 수 있었다”
마지막 연자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이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300병상도 되지 않은 중소 종합병원으로 ‘워크스루’ 코로나19 진단방식을 개발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방이 막힌 부스에 환자가 들어가면 외부에 선 의료진이 글로브로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위크스루는 검사 시간이 10분 이내로 짧고 환자와 의료진의 교차 감염이 예방되는 효율적인 검사 방식으로 국내외 많은 방역당국과 의료기관의 검사의 참고 모델이 됐으며, 한국의 방역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 원장은 “워크스루는 다른 대형병원에 비해 의료자원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 종합병원이 어떻게든 상황을 이겨내 보고자 머리를 짜낸 결과물”이라며 “선별진료소를 마련해 운영하는 한편, 매일 지하에 모여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검사 방식을 만들기 위해 동선을 짜보고 시험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아이디어다”고 소개했다.
처음 흡연부스를 개조해 음압시설 및 글로브를 설치해 만든 1.0 버전의 워크스루는 워싱턴포스터지 1면에 소개될 만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병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검사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바로 X-레이 등을 찍을 수 있는 영상검사장비와, 일어날 수 없는 환자가 침대에 누워 검사받을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한 2.0 버전을 냈고, 현재는 여기에 내부 비말을 소독액으로 닦아내는 자동 기기를 설치해 검사 사이 시간을 줄인 3.0 버전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양지병원의 ‘워크스루’ 검사는 최근, ISO5472 표준으로 채택돼 향후 감염병 상황에 대응하는 국제 표준 검사 방식으로 인정받았다.
김 원장은 “운전하는 드라이버가 혼자 잘한다고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할 수는 없다. 레이싱 경기에서 모두 합심해 속도를 다투는 것처럼, 의사간호사 등의 의료인 외에도 병원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협력해야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시도해야 한다. 혁신은 작은 성공들의 합”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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