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포도나무병원이동엽원장
참포도나무병원이동엽원장
요통 때문에 내원하는 환자들 가운데 “이렇게 피곤한 것도 혹시 척추 때문이냐”고 묻는 이가 종종 있다. 허리가 아프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피로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요통을 자각하기 훨씬 이전부터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흔히 듣는다. 허리가 아파서도 아닌데 척추 때문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되지 않겠지만 알고 보면 척추와 만성피로증후군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피로의 원인은 다양해 피곤하다고 해서 모두 척추에 이상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척추의 이상보다는 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인의 대부분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므로 피로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잘 가지시 않고 일상생활이 곤란할 만큼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면 척추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뭉친 근육과 마모된 인대 및 후관절이 만성피로의 원인

척추에서 비롯되는 비로감은 근육과 인대, 후관절이 약해지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근육, 인대, 후관절 조직은 모두 낱개의 뼈로 구성된 척추가 흔들리거나 어긋나지 않도록 고정하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대는 탄력 좋은 끈처럼 척추뼈 앞뒤와 중간에서 뼈와 뼈 사이를 묶어주고 후관절은 척추뼈 뒤쪽에서 뼈와 뼈 사이를 고정시키며 근육은 탄탄한 벽처럼 뼈와 인대, 후관절을 둘러싸면서 척추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근육과 인대, 후관절이 모두 제 구실을 충실히 해야 척추뼈의 모양이 잘 유지될 수 있고 디스크에 전해지는 충격도 완화돼 디스크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이들 조직도 스트레스를 받아 퇴화하기 시작한다. 몸을 구부정하게 하거나 뒤트는 자세를 습관화하면 근육은 경직되면서 딱딱해지고 무리하게 늘어난 인대는 점차 탄력이 떨어진다. 후관절은 인대보다는 손상을 덜 받는 부위여서 노화가 진행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척추에 과도한 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관절의 연골이 닳아 충격흡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들 조직은 몸의 균형을 위해 상호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위에만 문제가 생겨도 다른 부위에 따라서 문제를 일으키게 돼 있다. 척추의 모든 조직이 건강할 때는 어느 부위도 크게 무리하는 일 없이 척추를 지지하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다른 부위로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척추 근육이 외부의 충격을 제대로 완화시키지 못하면 인대와 후관절에 전해지는 충격이 늘어나 인대와 후관절의 마모 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인대나 후관절이 먼저 마모돼도 근육의 무담이 늘어나 근육이 더욱 경직되는 식이다.

이렇게 근육이 경직되고 인대와 후관절이 마모되는 것만으로도 몸이 무겁고 뻐근한 피로감을 느끼게 돼 있다. 게다가 이들 조직이 척추를 제대로 지탱하고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척추 자체도 불안정해지고 충격흡수 기능과 유연성마저 떨어져 몸을 움직일 때마다 피로감이 급증하기도 한다.

더 늦기 전에 자세를 바로잡아 피로감을 해소하라

일반적인 피로는 잠을 충분히 자거나 스트레스 요인이 해소되면 풀리는 것이 보통이다. 단순히 근육이 뭉친 경우라면 스트레칭이나 안마, 물리치료 등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근육과 인대, 후관절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어느 한 부위의 심한 경적 또는 마모가 진행되어 있는 상태라면 이 정도 조치로는 피로 해소에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

특히 디스크에 압박을 가하는 자세 때문에 척추가 휘어지거나 기울기 시작한 경우라면 척추를 지탱하기 위해 이 조직들이 더욱 무리하게 돼 피로가 해소되기는커녕 점차 심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나중에는 단순히 근육이 뭉쳤던 부위가 수축된 채 굳어 근막동통증후군이 생기기도 하고 인대가 심하게 손상되면 인대통이 생기기도 하며 후관절의 연골이 닳아 뼈끼리 부딪치면서 후관절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 정도까지 진행된 후에는 자세를 바로잡아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척추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만성적인 피로를 느낄 때는 무작정 휴식을 취할 것이 아니라 자세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감의 원인이 척추에 있다면 자세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근육과 인대, 후관절의 부담을 줄여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척추도 더 이상 기울지 않기 때문에 이들 조직의 퇴행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글 : 참포도나무병원 이동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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