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혹은 과거나 현재 발생한 일로 인해 장차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과 관련된 생각들이 때때로 떠오르곤 한다. 심지어 이러한 생각에 빠져들다가 나도 모르게 걱정과 근심이 머릿속에 가득 차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걱정과 근심’의 상태가 지나쳐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를 ‘불안’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불안 상황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생활의 불편함을 야기하면,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분리불안장애 등 다양한 불안장애 상태를 야기하게 된다.
불안은, 처한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부정적으로 인식한 나머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요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과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불안장애로 고생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나 시달린 나머지 ‘불안’이라는 정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안’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감지하고 대비 및 대응하는 역할을 하는 ‘경보장치’와 같은 것으로,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없앨 수도 없고, 없어져서도 안 된다. 경보장치가 오작동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꺼버리거나 경보 소리를 과하게 줄여버리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불안장애의 치료 목표는 약으로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역량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불안’이라는 정서적 반응 외에 두근거림, 숨 참, 어지러움, 땀, 근육 경직, 이상감각 등 다양한 자율신경 기능 이상 관련 신체증상들도 포함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불안’은 위험을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이고, 불안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인체가 위험 상황에 대응하도록 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불안에 의해 나타나는 자율신경계 이상 반응은 위와 같이 상황에 맞지 않는 병적인 증상으로 연결된다. 자율 신경 기능 이상이 발생한 병증을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한다. 두근거림, 어지럼증, 빈맥, 피로, 과긴장, 짜증, 무기력, 위장장애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혈액순환 장애와 자율신경 실조증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별다른 원인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를 본태성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한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원인 질환이나 요인이 명확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치료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검사나 병력 상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의 자율신경 실조증 치료법은 다양한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한의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신경생물학적 관점, 환경적 관점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 직접적으로 자율 신경 기능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아직 없으므로 심박수나 혈압 변화 등을 측정하는 간접적 방식의 자율신경실조증 검사와 신체 검진, 병력 청취 등을 종합하여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한의학적 자율신경실조증 치료는 두뇌와 신체의 무너진 균형 상태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전한 여가생활, 명상, 적절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등 평소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자율신경을 자극하는 알코올 카페인 등 자극적인 음식 제한, 평소 7시간 이상의 적절한 수면 시간의 확보, 규칙적인 생활 리듬 유지, 핸드폰 및 TV 시청 시간을 줄이는 등 생활 관리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글 : 해아림한의원 서현욱 원장(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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