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치석이 생긴다. 음식을 먹은 후 치아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들이 세균과 만나 반응하면 치태(플라그)가 된다. 이 치태가 침에 있는 미네랄 성분과 합쳐져 돌처럼 딱딱하게 변한 것을 치석이라고 한다.
치석이 쌓이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칫솔질이다. 처음 칫솔질을 할 때는 반려견·반려묘가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때 억지로 혼내거나 야단쳐서는 안 된다 칫솔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시간과 횟수를 점진적으로 늘려 주는 것이 좋다. 꾸준한 칫솔질은 치태를 제거해 주고 치석이 쌓이는 것을 막아 준다.
그러나 이미 쌓여 버린 치석을 제거하는 것은 칫솔질로 부족하다. 치석은 방치할 경우 치은염, 치주염과 같은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질병으로 인해 염증이 심해지면 치조골 소실, 치조골 골절로 이어지며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치석이 생겼을 때는 반드시 스케일링을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
안전한 마취를 위해서는 스케일링 전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등 정확한 건강 상태 파악이 필요하다. 나이가 어리거나 평소 질환 없이 컨디션이 좋은 아이라면 안전하게 마취를 진행할 수 있지만 노령견·노령묘나 기관지 협착증, 간, 신부전, 심장, 당뇨, 폐기능 문제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마취가 불가할 수 있다. 영국에서 반려동물 마취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아이가 마취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는 전체의 0.1%이지만, 지병이 있는 경우는 1.3%로 증가했다.
이렇듯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이가 무리하게 마취를 진행할 경우 이미 앓고 있는 질환이 악화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이렇게 마취를 했을 때 위험한 아이들이나 보호자가 마취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충분한 상담을 진행한 뒤 무마취 스케일링을 진행한다.
동물병원에 만14세 푸들이 스케일링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새하얀 치아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석이 가득했고 치은염까지 생긴 아이였다. 혈액검사를 해 보았으나 간 수치 이상으로 인해 마취가 불가한 상태였다. 그러나 치석을 제거하지 않으면 잇몸이 퇴축되고 치주가 드러나는 치조골 소실로도 이어질 수 있었기에 스케일링이 불가피했다. 이 아이는 보호자에게 마취에 위험성과 스케일링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후 무마취 스케일링을 진행했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였고 치석은 깔끔하게 모두 제거되었다. 보호자 또한 입냄새가 사라졌다며 만족했다.
치아 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잘 관리해 주는 것이다. 치석 제거용 껌이나 용품들도 도움이 되지만 가장 효과적인 관리 방법은 꾸준한 칫솔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이다. 나이가 많고, 지병 등으로 인해 마취가 부담스러운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앞서 말한 무마취 스케일링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으니 수의사와 함께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검토하고 반려동물에게 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글 : 사랑의동물병원 진병화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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