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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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27대 대통령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William Howard Taft)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전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후임 우드로 윌슨은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각각 미국인들에게 이름이 인상적으로 각인됐다. 반면 태프트는 별다른 공적이 없었다. 우리에게도 그는 불쾌한 인물이다.

그는 조선이 일본에 의해 병탄되는 것을 인정한 인물이다. 미국의 전쟁부 장관이던 태프트는 1905년 루스벨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일본에 들렀다. 그는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와 미국과 일본 사이의 비밀 계약을 맺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일본의 조선 지배를 미국이 묵인하고,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일본이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 밀약 후 일본은 조선을 강압해 외교권을 빼앗은 뒤 아예 통째로 집어삼켰다. 일본의 1910년 한일병탄 추진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었다. 그는 루스벨트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지키지 못했다. 루스벨트와는 달리 상원의원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였다. 여기는 루스벨트와는 다른 노선의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이 컸다. 결국에는 가깝던 루스벨트와의 사이도 벌어졌다.

다음 선거가 다가오자 루스벨트는 “저 친구를 대통령 시키느니 내가 한 번 더 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태프트가 압도적으로 이겨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추종자들과 진보당을 차렸다. 그 결과 민주당 후보 우드로 윌슨이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 예일대 교수를 하다가 연방대법원장으로 일했다. 그 결과 미국사 유일의 행정부 수반(대통령)과 사법부 수반(대법원장)을 지낸 인물이 되었다.

예일대를 2등으로 졸업한 그는 공부를 잘했다. 그러나 국가원수로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무능탓에, 뜻대로 하지 못한 탓에, 분노만 늘었다. 스트레스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쌓였고, 폭식을 하게 됐다. 그는 스테이크와 감자를 주로 섭취했다. 그렇지 않아도 살찐 그의 몸은 초고도 비만으로 급속히 이행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미 비만이었다. 키 182cm에 몸무게가 120kg이었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고, 책을 보는 시간이 많은 생활 습관이 큰 요인이었다. 이는 아버지의 영향도 크다. 아버지 알폰소 태프트는 귀족 의식이 있었다. 아들이 여느 아이처럼 야외에서 뒹굴며 뛰어노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유럽의 귀족처럼 고상하게 행동하기를 바란 것이다. 그 결과 아이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이로 인해 태프트는 젊은 날부터 뚱뚱한 체형이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스트레스와 비례해 폭식이 심해졌고, 한때 몸무게가 170kg을 넘어서기도 했다. 백악관 입성 후 체중이 50kg이 늘어난 셈이다.

대식을 하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풍문도 많았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대통령의 먹거리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간식을 만류하는 아내를 피해 백악관에서 빠져나와 음식을 먹었다’, ‘너무 뚱뚱해서 욕조에 끼인 적이 있다. 남성 3명이 들어갈 새 욕조를 백악관에 마련했다’, ‘아내의 눈을 피해 직원들에게 풍성한 식탁을 요청한다’ 등이다.

그는 특이하게 먹으면 자는 버릇도 있었다. 식후 조는 일이 잦았다. 한 의원은 그런 대통령에 대해 ‘제 정치 경험상 완전히 잠재운 최대의 청중’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비해 그의 아내는 ‘잠자는 미녀’라는 예쁜 별명을 지어줬다.

날이 갈수록 그의 체중은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이면 아내가 다이어트를 강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내의 다이어트 권유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초고도 비만인 그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렸다. 흔히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으면 비만, 35 이상이면 초고도비만으로 본다. 태프트는 대통령 시절에 BMI가 40에서 50 사이를 오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형적인 초고도 비만이다.

비만이 심하면 숨이 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당뇨, 고혈압, 관절염,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등 성인병과 대사질환에 취약해진다. 태프트는 말년에 체중이 많이 감소했다. 당뇨 등의 질환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

고도비만은 예후가 좋지 않다. 식이요법, 운동, 약물 등의 치료 효과가 높은 편이 아니다. 심한 경우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젊은층의 고도비만 환자가 늘어나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기부터 고열량과 고지방 음식 섭취, 신체활동 부족 등이 원인이다.

청소년기 비만은 지방 세포수를 증가시킨다. 체중을 감량해도 지방세포 크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어서 재발빈도가 높은 편이다. 또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대부분 성인으로 이행된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고도비만을 피하는 첫걸음은 소아청소년기에 육식과 채소의 균형섭취, 적극적인 신체활동의 생활화로 볼 수 있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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