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성모여성의원윤혜정대표원장(산부인과전문의)
서리풀성모여성의원윤혜정대표원장(산부인과전문의)
여성의 피부는 기온 및 습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체내 피부라 할 수 있는 자궁과 외음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궁과 외음부는 해부학적 특성상 고온다습한 상태가 쉽게 조성되는 만큼, 여러 외부 요인으로 인해 면역력 저하될수록 각종 여성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아무리 관리에 공을 들여도 자주 발병하는 여성 질환이 있다. 바로 여성의 감기로 불리는 질염이다. 일교차가 큰 봄에는 질염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 질염은 균에 감염돼 질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균의 종류에 따라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칸디다성 질염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흔한 것은 세균성 질염이다. 급격한 외부 기온 변화 등으로 인체 균형이 무너지면 질 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인 락토바실리가 사라지고, 질내 상재균인 가드드네렐라 등의 균이 과증식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스트레스나 알레르기, 항생제 등 약물 과다 투여, 물리적 자극 등이 요인으로 작용한다.

질 분비물이 누런색이나 회색을 띠고 생선 냄새가 나며, 특히 생리 전후 또는 성관계 후에 증상이 심해진다.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질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이 한번 없어지고 나면 다시 서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발병했다면 재발이 잦은 편이다.
칸디다성 질염은 가임기 여성의 75~80%가 평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곰팡이균이 원인균이다. 이 진균은 인체 내에 서식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과다하게 증식해 감염을 일으킨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진 않지만 성 매개 질환은 아니며, 면역력 저하, 항생제 과다 사용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흰색의 치즈 찌꺼기나 으깬 두부 같은 분비물이 특징이며, 외음부 소양감과 따가움을 동반한다. 외음부 외에도 구강과 식도 등 점막 부위에 발생할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라는 원충류로 인해 발병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주로 성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질 내의 정상적인 산성 환경을 변화시켜 다른 질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걸린 여성의 약 60%에서 세균성 질염이 함께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끈적한 점액 형태의 분비물이 나오는 다른 질염들과 달리 묽고 기포가 많은 황록색의 물 같은 냉이 흐르고 생선 썩는 듯한 불쾌한 악취가 난다. 외음부 가려움증, 통증, 성교통, 배뇨통, 작열감 등을 보인다. 성접촉을 통해 남성에게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연인이나 배우자와 함께 치료 받아야 한다.

또한 클라미디아, 마이코플라즈마 제니탈리움 등에 의한 질염은 성관계를 통해 균이 감염되어 골반염 , 난임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질염 증상은 유사해도 원인균에 따라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달라진다. STD 12종 PCR 검사를 비롯한 정밀검진을 통해 질염의 원인을 찾아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질염 자체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방치하면 균이 내부의 장기로 침입해 방광염이나 골반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세균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 패혈증이나 뇌막염 관절염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재발이 잦은 만큼 예방도 중요하다. 평소 외음부를 청결하게 관리하되 자극적인 세정제를 직접적으로 질에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세균이 잘 번식하는 습한 환경이 되지 않도록 사이즈가 넉넉하고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의 속옷을 권장한다.

(글 : 서리풀성모여성의원 윤혜정 대표원장(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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