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고통을 받고 있다.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은 물론 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거나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다한증 증상은 심하면 대인기피증까지 이어져 무턱 대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질환임이 분명하다. 얼굴에 비 오듯 흐르는 땀, 겨드랑이가 젖어버린 옷, 손잡을 때 찝찝함, 액취증이나 발의 악취 등으로 수치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서 대인기피증까지 이어져, 만성화의 위험이 있으니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한증은 발병 원인으로 1차성 다한증과 2차성 다한증으로 구분한다. 1차성 다한증은 원발성 다한증이라고도 불리며 다른 요인과 상관없이 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발한중추의 역할과 관련이 된다. 2차성 다한증은 속발성 다한증이라고도 불리며 기저질환이나 약물 부작용, 체중증가, 갑상선 기능 문제, 뇌하수체 기능 문제, 갱년기, 생활 패턴의 변화, 정서적인 문제, 감정적, 혹은 정신적 활동에 의해 유발되는데, 특히 손, 발, 얼굴의 다한증에서는 이들의 영향이 크다.
이들 모두 발한 중추와 관련된 자율신경의 기능 불균형과도 연결된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며 이 둘은 대구를 이뤄 시소처럼 작용하여 한쪽의 기능이 올라가면 반대쪽의 기능은 저하된다. 교감신경은 긴장, 불안, 집중 등 정신 사유 활동과 관련이 높고 주로 낮에 활성화되어 업무나 학업, 사회생활의 능률을 높이게 된다. 부교감신경은 반대로 안정 상태와 관련이 높아 주로 밤 시간에 활성화되어 수면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이 자율신경계라고 불리는 이유는 하루 중에서 각성과 휴식을 번갈아 맡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부교감신경보다 교감신경이 약 30% 항진이 된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균형인데, 이것이 무너져 내리게 되는 것을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한다.
자율신경의 불균형으로 교감신경의 과항진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은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불면증이나 만성적인 소화불량, 분당 심박수 증가, 신체의 통증과 이상감각, 상열감이나 식은 땀 등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긴장할 때 손에 땀을 쥐거나 식은땀이 난다는 말은 교감신경이 항진 된 상태를 말한다. 교감신경은 발한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교감신경의 자극으로 땀이 나더라도 그 정도가 과하지 않다면 큰 불편함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겠지만, 자율신경의 균형실조로 교감신경이 과항진 된다면 과도한 발한으로 이어져 고통 받을 수 있다. 1차성 다한증의 치료는 자율신경의 균형 회복으로 접근한다.
다한증 증상과 함께 동반될 수 있는 대인기피증은 사회공포증 또는 사회불안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타인 앞에서 창피를 당하거나 당황스러워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사회 불안을 경험한 뒤 여러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 공포증 환자들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발현 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나는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으로 필요이상으로 이 시스템이 예민할 수 있고, 이외에는 편도체의 공포반응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뇌기능의 불균형이 원인이며 이에 따라 발한중추가 흥분되어 손 발 얼굴의 다한증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다한증을 기허, 혈열, 음허, 습열, 간화, 심화 등으로 구분하고 진단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변증하여 한약, 침, 약침 등을 병행하여 치료를 진행한다. 스트레스나 화병, 선천적인 체질로 인한 열의 과다양상, 소화기관의 기능 저하로 체내에 쌓이는 습담, 기운 저하로 피부를 보호하는 외기가 약해지는 허증 양상 등을 구분하며 각각의 변증에 맞는 처방으로 자율신경의 균형과 다한증의 개선을 도모한다.
(글 : 해아림한의원 이원우 원장)
하수지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