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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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édicis)는 프랑스의 왕비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1519년에 태어난 그녀는 유럽의 대부호인 메디치 가문의 후계자였다. 교황 레오 10세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녀를 로마로 데려왔다. 교황은 그녀의 종조부(從祖父)였다. 레오 10세 사망 후 그녀의 재종조부(再從祖父)가 클레멘스 7세로 교황에 즉위했다.

이때 교황의 로마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에 의해 파괴되었다. 피렌체에서는 지역을 다스리던 메디치 가문 사람들이 추방당했다. 피렌체에서 숨어 지내던 카트린은 훗날 클레멘스 7세의 도움으로 로마에 돌아올 수 있었다.

클레멘스 7세는 카트린의 결혼을 추진했다. 때맞춰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로부터 청혼이 왔다. 자신의 둘째 왕자 앙리의 짝으로 카트린을 희망한 것이다.

프랑수아 1세는 혼인을 통해 클레멘스 7세가 관장하는 밀라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많은 지참금을 받을 계획이었다. 결혼 추진에 대해 프랑스 귀족들은 부정적이었다. 훗날 카트린이 왕비가 되는 것을 염려했다. 이에 프랑수아 1세는 장남이 건강한데, 차남이 왕이 될 가능성이 없음을 들어 귀족들을 설득했다.
카트린이 프랑스 왕족이 된 것은 프랑수아 1세의 친 이탈리아 성향이 결정적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이탈리아는 문화 선진국이었다. 이탈리아 원정을 여러 차례 한 그는 피렌체 등에서 수준 높은 예술세계를 목격했다. 프랑스와는 다른 예술세계에 눈을 뜬 그는 파리의 궁궐 건축 등 때 피렌체 예술가들을 초빙했다. 또 메디치 가문의 상속녀인 카르린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호감을 갖고 있었다.

결혼 후 클레멘스 7세는 프랑수아 1세에게 경제적,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수아 1세는 이탈리아의 세련된 문화 자체인 카트린을 살뜰하게 챙겼다. 카트린은 중세의 고급어인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구사하고, 수학 천문학 지리학 등 지식의 넓이와 폭이 깊었다. 또한 화술도 매우 뛰어났다. 이 같은 능력으로 프랑스 궁정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궁궐에서의 카트린 삶은 요동친다. 시숙과 시아버지의 죽음으로 남편이 앙리 2세로 즉위해 생각지 않게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마상시합 때 사고사를 당하고, 왕위를 이은 장남 프랑수아 2세와 차남 샤를 9세를 연거푸 잃는다. 거듭된 왕실 변고 속에 나라의 재정도 바닥났다. 설상가상으로 왕권에 도전하는 기즈 가문의 세력도 날로 커졌다.

위기 상황에서 카트린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 그녀는 나라의 안정과 왕권 강화를 위해 그동안 등 돌리고 있던 개신교 및 튀르키에와도 많은 양보를 통해 협력을 구했다. 위협이 되는 정적들 제거도 했다. 그 결과 아들의 왕위를 지킬 수 있었다. 나아가 아들 앙리 3세를 폴란드 왕으로 세우기도 했다.

그녀는 섭정 등으로 사실상 30년 동안 프랑스를 다스렸다. 복잡한 정치 세계에 휘말려 들어간 그녀는 주술에 빠졌다. 특히 앙리 2세의 죽음을 점친 점성술사인 노스트라다무스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카트린은 유럽의 음식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구인의 식탁에 기본이 되는 포크의 사용은 그녀가 촉매 역할을 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포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에서부터 포크 사용이 유행했다. 대규모 향연에서 우아하게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던 이탈리아 귀족들은 포크를 주목했다.

음식 섭취 때 손을 더럽히지 않아 귀족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문화는 카트린에 의해 프랑스 궁궐에 전해졌다. 18세에 유럽 상류 문화의 트렌드 세터가 된 프랑스 귀족의 식문화는 유럽 각국으로 전파됐다. 나이프와 스푼으로 식사하던 유럽에서는 19세기가 되면서 포크 사용이 일반화 된다.

카트린과 함께 프랑스 궁궐에 간 요리사들은 이탈리아의 식사 예절과 다양한 음식 레시피도 전수했다. 여기에는 포크와 함께 향신료, 셔벗, 마카롱 등이 있었다. 카트린의 혼수품 중의 하나인 마카롱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급 과자가 되었다. 마카롱은 프랑스 각지에서 현지화하며 독특한 맛과 모양으로 발전했다.

달콤한 디저트인 마카롱은 약한 불에 달걀흰자와 설탕을 섞은 머랭 반죽을 구워 만든다. 밀가루는 첨가되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반죽에 크림, 잼, 버터, 초콜릿, 헤이즐넛, 아몬드, 와인 등을 넣는다. 특이하게 낭시 마카롱은 머랭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화된 마카롱에는 블루베리, 포도, 딸기 같은 향과 건강에 좋은 과일도 들어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마카롱은 색상도 다양해 눈과 입으로 모두 즐기게 된다. 작고 달콤한 마카롱은 금세 여러 개를 먹게 된다. 당분을 섭취하면 기분이 전환돼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 단맛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는 덕분이다.

그러나 설탕은 중독성이 있디. 오랜 기간 단 것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성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당분이 많은 마카롱은 그저 맛보는 정도로 먹는 게 좋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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