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에 따라 원인과 증상 다양…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거나 다른 장기 질환 유발할 수 있어 주의
‘여성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질염은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대부분 산부인과 방문을 꺼려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발생한 질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하거나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골반염, 자궁내막염, 자궁경부암, 합병증 등의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최근 질 건강이 걱정되거나, 생식기 불편감이 있다면 질염 진단을 받아봐야 하며, 평소에도 자신의 질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생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나타나… 종류에 따라 원인과 증상 달라
질염은 질의 염증상태를 이르는 말로 질 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거나 외부로부터 세균이 유입됐을 경우 발생하는 질환이다. 질염은 10세 미만의 아동기부터 가임기, 폐경기 이후까지 여성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원인은 내외부 세균 및 바이러스, 스트레스, 성적 접촉, 항생제 부작용 등 다양하다. 질염의 유형은 균의 종류에 따라 세균성 질염, 칸디다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으로 구분된다.
세균성 질염은 정상적으로 질 내에 살면서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락토바실리(Lactobacilli)’라는 유산균이 없어지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락토바실리 유산균은 한 번 없어지고 나면 다시 서식하기 어려워 재발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칸디다 질염은 여성의 75%가 평생 적어도 한 번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흔한 질염이며, 약 5~10%에서는 반복적으로 감염된다. 마지막으로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에 의해 감염되는 질염으로, 칸디다 질염이나 세균성 질염과 달리 성관계로 전파되기 때문에 성매개 질환 범주에 포함된다. 전염성이 매우 높아서 단 한번만 성접촉을 가져도 약 70%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드시 남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질염 증상은 종류 및 개인마다 상이하나 일반적으로는 질의 가려움증 및 따가움, 분비물 증가, 악취 등이 있다. 정상적인 질 분비물은 무색, 무취, 점성이 존재하는데 염증이 발생하면 양이 늘어나고 색이 누렇거나 회색으로 나타나며 생선 비린내, 피비린내 등 악취가 발생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 꽉 끼는 속옷 및 하의, 노화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소음순이 쳐지고 비대해진 경우 소음순 주름 사이에 분비물이 끼어 가려움증, 악취 등의 질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만성화되면 다른 장기질환 유발 … 성병 원인균 검사해야
질염의 문제점은 재발률이 약 40%로 높고, 만성화로 이어지면 질 속 유해균이 자궁까지 퍼져 골반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 자궁경부암, 방광염, 콩팥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질염이 난임과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임산부의 경우 조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예방해야 하며, 질 불편감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진단 및 치료를 받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소변이나 질 도말(Swab)을 통해 여성 성병 원인균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 검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STD 검사는 정확한 원인을 먼저 파악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며, 4종부터 8종, 10종, 12종까지 다양하다. 검사는 PCR 방식을 기반으로 질 내 분비물을 채취하여 원인균을 확인한다. 임질, 헤르페스, 매독 등 소위 성병이라고 불리는 성매개 질환뿐만 아니라 질염, 자궁경부염 등 여성질환 원인균까지 한 번에 진단할 수 있어 관련 질환 진단에 도움을 준다.
GC녹십자의료재단 송성욱 전문의는 "여성에게 질염은 흔하게 찾아오는 감기와 같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산부인과 방문을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이나 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의심증상이 있다면 바로 근처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하며, 나아가 평소에도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질 건강을 유지하고 질염을 예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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