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한의사에 무죄 선고... 의협 "법원 규탄" vs 한의협 "전의로운 판결"
수원지방법원은 9월 13일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초음파와 뇌파계에 이어 방사선 기반 진단기기 사용 갈등에서도 법원은 한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은 13일,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가 청구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한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무죄 이유를 따로 설명하진 않았으나, 대한한의사협회가 작년 12월 22일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한 만큼 이를 수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의사단체와 한의사 단체는 각각 반대와 환영의 성명을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하여 규정하고 있음에도, 수원지방법원이 이와 같은 의료법에 반하여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에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협회는 “이번 판결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명백히 무시한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종전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도, 수원지방법원은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난 2016년 1월 12일 김필건 前 한의협회장의 골밀도측정 시연에서 ▲50세 미만의 경우 'T score'를 적용하지 않고 ▲발뒤꿈치가 아닌 엉뚱한 곳을 진단했으며 ▲골감소증 진단을 내린 점 등의 오류가 있었던 점을 예로 들며 골밀도진단기기 사용하기엔 한의사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의사단체는 환영의 뜻을 보이며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해 진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초음파, 뇌파계에 이어 X-ray를 비롯한 다양한 원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있어 또 하나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데 한의계로서는 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입법부와 행정부가 양의계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던 현실에서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당연한 판단이 나온 만큼,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빠른 후속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재판과 관련하여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일, 전국의 한의사 회원들이 해당 한의사의 무죄와 합리적인 판결을 요청하며 작성한 1만 5171장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한의사협회는 “국민의 진료 편의성을 고려한다면 검찰이 법원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만일 항고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편에서 정의롭고 합당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수호하는 의료인단체로서 책무를 다하며 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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