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혜병원박경우대표원장
서울광혜병원박경우대표원장
53세 A씨는 단풍 개화시기에 맞춰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계획했다. 선선한 날씨 속 기분에 들떠 평소보다 무리하게 산을 올랐던 탓인지 다음날부터 허리가 뻐근하게 아픈 통증이 나타났다.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병원을 찾았고 허리디스크를 진단받았다.

단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A 씨와 같이 가을 나들이로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은 하체를 강화하고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산을 오르거나 잘못된 등산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척추관절에 부담을 주어 허리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빠져나온 것을 말한다. 본래 디스크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화나 외부 충격, 자세 불균형 등으로 튀어나오거나 터지게 되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터진 정도에 따라 허리 주변부터 하체 전반에까지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은 디스크의 탈출하는 정도와 방향에 따라 개인마다 차이를 보인다. 평소 무게 중심을 쏟던 쪽으로 탈출하는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방향은 우측 후방과 좌측 후방이다. 돌출된 디스크는 신경을 누르고 통증 및 마비를 일으킨다. 허리로 찌릿하거나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의외로 허리보다 엉덩이, 다리가 저린 경우가 많다.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이 눌리게 되면서 엉덩이나 다리가 시리기도 하고 감각이 무뎌지거나 이상해지기도 한다. 특히 허리를 숙일 때 디스크가 신경을 심하게 압박해 허리를 굽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허리디스크의 치료는 증상이 지속된 기간, 통증의 강도, 재발의 횟수,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치료방법은 크게 보존적인 방법과 비수술,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발생한지 오래되지 않은 초기라면 약물치료나 재활, 보조기 착용과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통증 강도가 강하거나 재발된 허리디스크라면 신경성형술, 추간공확장술 등의 비수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바늘과 같은 관을 통해 약물을 주입해 디스크를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초기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시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통증이 나타났거나 재발이 반복된 경우, 협착이 동반된 경우라면 노화되고 딱딱해져 불필요한 인대를 제거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을 넓히는 추간공확장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부분 절개로 시행되는 간단한 시술이기 때문에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고령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의 효능에 차이를 보일 수 있어 의료진의 상담을 통해 치료 일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가을 등산 시 평소 허리 통증이 있다면 무거운 배낭이나 심한 경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둘레길 정도의 가벼운 코스를 천천히 걷는 것이 좋고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산을 오를 때 허리나 무릎에 지나치게 힘이 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단, 심한 통증이 있거나 초보자라면 무턱대고 산행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글 :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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