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시술을 하기 전에 정자 검사가 필수인데, 검사 결과에서 ‘기형 정자가 많다’는 얘기를 들으면 남편들은 사색이 되곤 한다. 정자 검사를 통해 정액의 양, 밀도, 운동성, 모양을 확인하는데, 이 중 정자의 머리와 꼬리 모양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모양이 정상인 정자가 4% 이상이 나와야 정상 범위에 든다. 그런데 정상 정자가 4%가 안 되는 경우가 요즘은 꽤 많다.
‘기형 정자’는 한마디로 수정이 어려운 정자다. 난자는 건강한 정자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어서 기형 정자가 많으면 자연 임신의 확률이 떨어진다. 정액 검사의 기준만 통과하면 ‘내 정자는 건강하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최소한의 자연 임신이 가능한 기준일 뿐 임신을 개런티 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니 정자가 건강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고, 난임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정자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남편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운동을 열심히 하면 정자의 운동성도 좋아질까요?’인데, 신체 운동이 정자의 운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신진대사가 좋아지면서 간접적으로 정자의 기능을 조금 향상시킬 수는 있다. 단, 사이클 같이 고환의 온도를 높이거나 압박하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일주일에 5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면 정자 운동성이 많이 떨어지고 정자의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임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흡연을 하면 정자의 DNA 손상, 기형 등을 유발시켜 임신력을 떨어트리는 건 물론 유산율도 증가시키므로 절대적으로 금해야 한다. 최근에는 술, 담배만큼이나 소파에 종일 누워있는 것도 정자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BMI가 높아지면 정액의 양과 정자 수, 남성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식품첨가제, 방부제, 플라스틱, 페인트 등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은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정자에 나쁜 영향을 미치니 환경호르몬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성의 생식 능력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식품인 호두는 특히 기형 정자가 증가된 남성이 섭취하면 좋다. 견과류 알러지가 있다면 대신 오메가3를 복용해도 된다. 토마토, 수박, 당근에 있는 라이코펜은 항산화 효능이 있어 정자와 전립선 건강에 특히 도움이 된다.
(글 : 서울라헬여성의원 정현정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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