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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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물의료 분야에도 전문의와 상급병원 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수의사 등 동물의료 현장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진료비 상승 및 소규모 동물병원의 경영악화 등의 우려점 때문이다.

17일(수)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경기도 성남시 소재 해마루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동물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한 장관은 "전문적인 동물의료 수요와 동물병원 선택권 제고를 위해 전문수의사 및 상급동물병원 체계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하며, 전문수의사(진료과목별 전문화) 및 상급동물병원(2차 동물병원) 체계 도입에 대한 수의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현장 간담회에서 대한수의사회 등은 일부 동물병원에서 자의적으로 전문과목을 표시하거나 2차 동물병원을 표방하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해당 정책을 접한 수의계 현장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진료비 상승과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으로 인한 소형 동물병원의 경영 악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의 제도는 문진이 어려운 동물의료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서울 잠실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수의사는 “어디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달리 동물은 표현을 할 수 없어 전신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 분야로 국한해 진료하기보다 전신적으로 접근하는 통합적 진료가 필요한데, 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통합적인 진료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스페셜리스트도 좋기는 하지만 제너럴리스트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B수의사 역시 “동물의료는 피부과, 치과, 안과 등을 나눠보기 어려운 만큼 전문의 분류가 실효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상급종합병원 제도의 도입 역시 1,2,3차 병원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의료전달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으로 소규모 동물병원들의 경영악화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에서 소규모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C수의사는 “상급종합병원제도가 잘못 도입되면 자칫 소규모 병원들의 역할을 백신접종 등으로 축소해 버리고, 진단·치료 기능을 대형병원이 다 가져가 버릴 수 있다”며 “동물약국 등으로 소규모 동물병원의 입지가 줄어든 가운데, 상급병원제도가 명확한 기준없이 도입될 경우 소규모 동물병원의 경영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 역시 이번 제도가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반려동물 보호자 D씨는 “상급병원과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 동물의료에 전문성이 확보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것이 자칫 동물병원 진료비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며 ”지금도 비싼 편인데, 한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 이 과 저 과를 다니며 진료비를 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무섭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의계 등 동물의료현장과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의사는 “이번 정책에 대해서 수의계와 정부가 미리 교감을 나누고 그런 것은 아닌 걸로 안다”며 “구체적인 것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정책 진행 과정에서 수의계와 현장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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