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는 암 연구와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회로 암·종양 관련 의사, 전문가, 제약사 등 모두가 주목하는 연례행사로, 올해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됐다.
이번 ESMO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mRNA 백신 등 혁신적인 치료 기술들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으며 활발한 연구 성과도 큰 주목을 받았다.
ESMO에서 주로 논의된 면역항암제와 ADC 기술은 암 치료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 주제다. 면역항암제는 종양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종양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ADC는 항체에 항암제를 결합한 형태로 정확한 타깃을 공격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기술이다.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연구를 발표하며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김도영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틸렉스의 4세대 CAR-T 후보물질인 'EU307'을 간암 환자에게 투여하기 위한 임상 1상 설계 내용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CAR-T 치료법은 환자의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으로 그동안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에 적용됐었다. 김 교수는 이번 발표를 통해 유틸렉스의 CAR-T 치료제가 간암 등 고형암에서도 치료 가능성을 보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유한양행은 대표 항암제 ‘렉라자’와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 얀센의 '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하는 치료 요법을 발표했다.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에서 개발되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티움바이오는 면역항암제 ‘TU2218’의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해 면역항암제 개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TU2218’은 종양미세환경 내에서 면역항암제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인자를 차단하는 신약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티움바이오 측은 설명했다.
에스티팜은 에이즈 치료제 연구에서 진행 중인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에스티팜의 치료제는 알로스테릭 HIV-1 인테그라아제 저해제(ALLINIs)로 기존의 치료제와는 차별화된 기전으로 에이즈 완치에 도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가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엠비디는 오가노이드 기반 항암제와 방사선 감수성 검사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형 암 치료 솔루션을 제시했다.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장기로 암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찾는 데 활용된다. 엠비디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별 치료 효과를 예측해 보다 정밀한 암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며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이번 ESMO2024는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볼 수 있었던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번 학회를 계기로 더 넓은 시장에서 인지도와 신뢰를 쌓아가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여러 제약사들이 암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면역항암제, ADC, 오가노이드 기술 등 최첨단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는 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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