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SNS 사용이 부르는 청소년 우울증..."일상 전반에 부정적 영향, 다른 범죄에도 취약해"
◇ SNS 사용과 우울증 간의 상관관계
청소년기에는 정체성과 가치관이 형성되며 또래와의 비교나 외부 영향에 민감한 시기다. 이런 시기에 과도한 SNS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총감 비벡 머시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일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청소년이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과도한 SNS 사용을 ‘긴급한 공중보건 위기’로 지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권고를 내놓았다.
실제로 202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청소년 위험 행동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42%가 지속적인 슬픔이나 무기력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청소년의 평균 스크린 타임은 급격히 늘어나 13~18세 청소년의 경우 하루 평균 8시간 39분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하루 4시간 이상 사용하는 국내 청소년은 우울감을 느끼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 사용과 우울증 사이의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도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2023년 발표된 연구는 SNS 사용 시간을 줄인 실험군에서 우울 증상과 불안 증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미국 공중보건총감 보고서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SNS 사용 시간을 3주 동안 매일 30분 이내로 제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우울증의 심각도가 35% 이상 개선된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 SNS 사용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SNS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학업 성취 저하, 운동 부족 등은 잦은 SNS 사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특히 충동 조절 문제와 부적절한 신체 이미지 형성은 또래 집단 내 비교와 SNS 중독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해 콘텐츠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SNS를 통해 음란물, 마약, 도박 등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 범죄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국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의 70%가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SNS에서 유행하는 위험한 놀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했던 ‘블랙아웃 챌린지’는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압박해 기절하는 영상을 공유하는 놀이다. 이를 따라 하다 사망한 청소년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SNS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중심지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여성 청소년 중 60% 이상이 SNS를 통해 낯선 사람으로부터 불쾌한 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성 착취, 온라인 피싱과 같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들어서는 신종 마약 유통 등의 문제도 야기된다.
◇ 청소년의 과도한 SNS 사용 방지 및 대처 방안은?
청소년 및 아동의 과도한 SNS 사용을 줄이기 위한 플랫폼 차원의 조치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최근 메타(Meta)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18세 미만 사용자 계정을 자동으로 비공개 설정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한 민감 콘텐츠 노출을 차단하는 필터링 기능과 부모가 자녀의 SNS 사용 시간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전 세계 약 1억 개 이상의 계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교육기관의 역할도 강조한다. 부모는 자녀와 SNS 사용 시간을 사전에 정하고 취침 1시간 전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청소년의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한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강제적으로 규칙을 정하기 전에 자녀와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SNS의 장단점, 온라인 위험성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자녀의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함께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육기관에서도 SNS의 부작용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SNS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SNS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딥페이크, 음란물, 마약 등 유해한 정보는 필터링 기술을 활용해 적극 차단해야 한다. 더불어 SNS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공익 캠페인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SNS는 현대 청소년의 삶에서 중요한 도구지만, 지나친 사용은 정신적·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건강한 사용 습관을 위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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