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직장·인간관계 '삼중고'...34만명 고립·은둔 위기
전문의 "2주 이상 우울감 지속되면 치료 필요" 권고
정신 건강 관리 위해 우울증 공유하고 SNS 끊기 챌린지 이어가기도
끊임없는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 속에서 2030세대들은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겪는다. 외부의 기대와 경쟁 속 자신을 비교하며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 중 정신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는 곧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은 2030세대에서 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우울증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것이다. 상담과 치료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물론 정신 건강 유지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립 속 '청년 우울증 급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 30대 환자가 2018년에는 26%였으나 2022년에는 36%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7년 7만6246명에서 2021년에는 17만3745명으로 약 45.7%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20대 남성 환자는 4만172명이었고 여성 환자는 12만3592명으로 3배 정도 많은 수치였다.
최세지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과장은 "MZ세대의 우울증은 학업과 직장, 대인 관계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나타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립 시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 역시 "2030 세대는 취업이나 직장 스트레스, 가정환경, 이성 문제 등을 다른 세대들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때문에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문제가 있을 때 해결 능력이 없다는 생각해 결국 절망감, 무기력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2030세대의 우울증이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말에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34만 명의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있었고 그 중 14만 명이 은둔 상태 장기화 위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30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을 '청년 우울증'이라 한다. 만약 2주 이상 우울한 감정이 계속된다면 청년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슬픔, 허무함, 매사에 의욕이 없거나 갑자기 분노가 폭발하는 증상, 불면증, 과다 수면, 폭식,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 집중력 저하, 느려진 생각과 인체 반응 속도, 과거에 대한 후회 및 죄의식 등 10개의 증상 중 5가지 이상 해당되고 약 2주 넘게 지속된다면 의료진을 찾는 게 좋다.
◇ SNS 끊기 챌린지와 청년 우울증, 정신 건강을 위한 작은 변화
청년 우울증으로부터 정신 건강을 관리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해야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이나 학업,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이때 본인에게 맞는 건강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운동이나 명상, 취미 활동이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수면 패턴을 유지하며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등 올바른 생활 패턴을 준수하는 것도 정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고민이나 문제가 있다면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털어놓고 위로, 공감, 지지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정신건강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유튜브를 포함한 각종 대중매체 속 '우울증'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MZ세대들이 늘어나 눈길을 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우울증 브이로그나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청년들의 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대중매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등장해 정신질환의 증상부터 치료 방법과 과정 등 다양한 정보를 전해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위로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인 우울증 원인인 SNS 끊기 챌린지도 이어지고 있다. SNS를 이용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카페인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SNS 끊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SNS를 완전히 끊는 것은 어렵다. 무턱대고 SNS를 끊기보다 생활 속 다른 즐거움을 찾아 SNS 사용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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