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에서 알약까지…차세대 이중작용 신약으로 비만 치료 혁신 주도…144조 시장 노린다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역습, 비만 치료 ‘게임체인저’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와 차세대 경구용 신약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창업 100년이 넘은 굴지의 제약 기업이다.
일라이 릴리는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 기술로 기존 치료제 대비 월등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며, 새로운 대사 질환 치료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뜻하며 우리 몸에서 식사 후에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호르몬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GLP-1 관련 약물은 마운자로, 위고비, 오젬픽 등이다. GIP(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를 가리킨다. GIP와 GLP-1을 함께 자극했을 때, 체중 감량 효과와 대사 개선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점이 최근 연구로 입증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기반으로 한 주사제 형태의 비만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해 적응증을 확대했다.
주요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 15mg을 84주간 투여한 환자군은 평균 체중의 26.6%가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GLP-1 단일 작용제 ‘위고비(Wegovy)’의 평균 체중 감량률 1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한, 비만 전단계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94% 낮추는 예방 효과도 확인됐다.
릴리는 이어 마운자로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초의 GLP-1 기반 경구용 치료제 ‘오포글리프론’도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최근 임상 3상에서 마운자로에 준하는 체중 감량 및 혈당 조절 효과를 나타냈으며, 중대한 간 이상반응 없이 안전성이 입증됐다. 현재 2025년 체중 감량 용도에 대한 허가 신청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2024년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28억 달러(약 17조6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시장은 연평균 21.1%나 성장하여 2035년에는 약 1049억 달러(약 14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분석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1500억 달러(약 20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 시장이 장기적으로 1조 달러(약 137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Wegovy)’를,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와 경구용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하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로슈(Roche) 등 다수의 제약사가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마운자로는 미국에서는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기존 명칭을 유지한다. 글로벌 수요 증가로 인해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일라이 릴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 약 23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의료계 관계자는 “GLP-1 단일 수용체 작용에서 진화한 이중 수용체 기반 신약 기술은 비만 치료를 넘어 대사 질환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마운자로와 오포글리프론은 향후 글로벌 대사질환 치료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적절한 의료적 판단에 따른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마운자로는 일부 사용자에게 위장관 이상반응이 보고된 바 있으며, 심각한 위장 문제를 겪은 일부 환자들은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김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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