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원 가천의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한국당뇨협회장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250만 7347명, 2018년 284만 7160명, 2019년 321만 341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사이 7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9년 기준 60대 환자가 26.3%로 가장 많았으며, 70대 23.5%, 50대가 21.3%로 그 뒤를 이었다.

김광원가천의대길병원내분비내과교수·한국당뇨협회장
김광원가천의대길병원내분비내과교수·한국당뇨협회장
당뇨병은 나이가 젊거나 가족력이 없으면 자신과 먼 얘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당뇨병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생활습관 같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1월 한국당뇨협회 회장에 취임한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를 만나 당뇨병의 증상과 관리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당뇨병은 어떤 질환인가요?
당뇨병의 역사는 매우 깊습니다. 당뇨병에 대한 최초 기록은 기원전 3500년 이집트 파피루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원전 6~5세기 외과의사 수슈르타가 펴낸 인도 고대 의학서인 ‘아유르 베다’에서는 당뇨병을 ‘꿀오줌(madhumea)’이라고 명명하며, 소변이 달아서 개미와 곤충이 모여든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당뇨병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소변에 당 성분이 과도하게 많이 섞여 나오는 것을 뜻합니다. 현대의학적으로 정의한다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인슐린의 분비 및 기능의 문제로 인해 혈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당뇨병은 1형, 2형, 임신성 등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을 기준으로 나눠지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1형 당뇨병은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소아 당뇨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췌도세포가 손상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발생합니다. 인슐린 자체가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생활습관 관리도 더욱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제1형 당뇨병의 대부분이 소아 청소년인 만큼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 증가, 즉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해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입니다. 제1형 당뇨병과 비교한다면 생활관리가 상대적으로 강조됩니다. 주로 서구화된 식습관, 활동량 감소로 인한 비만,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등 생활 개선을 통해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에 진단되는 경우입니다. 태반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출산 후에는 태반 호르몬도 사라지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병도 없어질 수도 있지만, 재발 우려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임신성 당뇨 환자는 태아가 4kg 이상의 거대아로 성장해 난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산모의 철저한 혈당관리가 필요합니다.

Q.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뇨병을 오래 앓아 고혈당이 지속되면 관상동맥처럼 큰 혈관부터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까지 손상돼 전신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당뇨병 합병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당이 높아 미세혈관과 신경이 손상되면서 발기부전, 사정 장애, 성욕감퇴 등이 발생합니다. 실명의 위기에 놓일 수 있는 당뇨망막병증 역시 대표적인 당뇨병 합병증입니다. 잇몸이 손상돼 치아를 상실할 위험도 있습니다. 이 외에 신부전 장애로 인해 혈액 투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족부궤양으로 인해 하지 절단이라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대혈관 합병증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치명적인 합병증입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이 여기에 속합니다. 혈당이 높으면 암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췌장암, 위암, 간암, 대장암 등의 동반 발생도 고려해야 됩니다.

[굿닥터] 당뇨병 극복하려면 혈당 관리가 아니라 ‘삶의 가치관’ 바꿔야
Q. 당뇨병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당뇨병에는 완치가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병 자체를 완치할 수는 없습니다. 당뇨병을 ‘불치의 질병’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당뇨병을 진단 받았다면 자주 혈당수치를 측정하고 안정적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자체가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2형 당뇨병처럼 생활습관으로 인한 당뇨병이라면 체중감량만으로 많이 호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뇨병은 잘못된 생활로 인해 언제든지 재발하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완치가 아니라 꾸준하게 관리하면 완치할 수는 없어도 건강한 수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관리만 잘 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질 수 있습니다.

Q. 1형 당뇨병에서 인슐린 주사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은 없을까요?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몸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하는 췌장/췌도 이식 수술이 있지만 아직은 보편화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는 인슐린 투여가 가장 확실하고 일반적입니다. 당뇨병 관리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굿닥터] 당뇨병 극복하려면 혈당 관리가 아니라 ‘삶의 가치관’ 바꿔야
Q. 당뇨병은 중장년층 이상, 노년층 환자나 심한 증세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당뇨병을 주의해야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당뇨병이 있는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 비만이나 고혈압 환자,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경우라면 30대나 40대라고 해도 나이에 관계없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선별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출산을 경험한 여성 중 4kg이상의 거대아를 낳았다면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Q.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식습관 및 음식 그리고 피해야 할 식습관과 음식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일정 수치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당을 비교적 천천히 상승시키는 달지 않은 음식을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에 좋은 음식 또는 당뇨병에 안 좋은 음식으로 이분화 하여 관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골고루 영양분 이 섞여 있는 균형 잡힌 식사가 제일 좋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1일 1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시간에 적절하게 음식을 섭취해 혈당의 증폭 범위가 크지 않도록 유지시켜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Q. 당뇨병 환자의 위급한 상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을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운전 중에 체내 포도당 수치가 갑자기 떨어져 저혈당 쇼크가 발생한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간이혈당검사기를 구비해놓고 필요하면 혈당을 확인해야 합니다.

저혈당 쇼크로 인한 응급상황도 대비해야 합니다. 당이 높은 과일주스나 탄산음료, 캔디류, 등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질환을 설명할 수 없는 혼수 상황일 때 주변 사람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질병인식 건강 팔찌 같은 것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당뇨병 환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뇨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금연과 금주, 충분한 수면시간,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 전반을 개선해야 합니다. 당뇨병뿐만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당연히 지켜야하는 부분이지만 이를 평생 실천하기는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굿닥터] 당뇨병 극복하려면 혈당 관리가 아니라 ‘삶의 가치관’ 바꿔야
요즘 먹방이 유행입니다. 의사로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먹는 즐거움에 가치를 두어서는 당뇨병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현대인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 맛있는 음식은 매우 매력적이고 즉각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뇨병을 비롯한 건강에는 치명적입니다.

당뇨병을 혈당만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혈당을 관리하기 위하여 약만 복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혈당 조절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합병증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부적절한 생활습관을 바꿔야 됩니다. 생활습관의 개선은 자신의 종교를 바꾸는 개종(改宗)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다소 철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한 생활습관은 생활에 활력을 주고 창조적인 그리고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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