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훌쩍 커 버려 엄마 말을 듣지 않는 아이, 결혼한지 수 년이 지나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시댁과의 갈등, 무심한 남편 등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온 불만이 제 때 분출되지 못했다가 정서적,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화병’이라 한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욱 힘든 것은 정신적인 부분이다.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고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과 화가 수시로 나타나며 숨이 막히고 뱃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다.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다 보니 어렵게 참고, 또 참으며 넘겨 보곤 한다.
이러한 화병의 증상들이 나타나도 갱년기라 그렇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화병이 지속되어 만성적인 분노로 번진다면 혈압이 올라 고혈압, 중풍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고 심각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치료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화병의 증상은 그 동안 눌러온 감정이 ‘열’의 성질과 맞닿아 있어 쌓이고 쌓인 끝에 심장을 과열시키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스트레스와 과로 또는 호르몬의 변화들로 인해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나타나면서 갱년기 화병 증상을 야기한다는 것.
때문에 심장의 기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치료가 이뤄진다. 과열된 엔진을 냉각수로 식혀주듯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춰 감정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끝으로 갱년기와 화병을 별개로 구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억눌렸던 부정적 감정, 분노가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갱년기 화병이다. 즉,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다. 심장의 기능을 바로잡아주는 것은 물론, 상담을 통해 그 동안 쌓아 두었던 울분과 화를 적절히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면 화병은 물론 갱년기로 인한 여러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니 힘들게 참지만 말고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자하연한의원김가나원장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