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가 되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 얼굴이나 가슴에 열이 자주 올라 남들보다 쉽게 더위를 느끼고, 몸이 항진된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수면을 쉽게 취하는 것이 어렵다. 잠을 자더라도 새벽에 몇 번씩 깨 수면의 질이 확연히 낮아 다음날 피로감도 상당하다.
일반적인 불면증은 스트레스, 불안감 등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라면 갱년기 불면증은 이러한 이유와 함께 폐경으로 인체의 진액이 고갈되고, 심장에 열이 집중돼 발생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수면은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낮은 수면의 질은 곧 삶의 질 저하를 야기하고,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인 질환을 비롯해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신체 이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50대 전후로 나타나는 갱년기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확인해 치료를 해야 한다. 수면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 ‘심장’을 꼽는다로 표현한다. 심장에 쌓인 열, 화기는 노폐물을 거르는 신장으로 내려가 정혈을 충만하게 하는데, 이 정혈은 순환을 통해 상부로 올라가 심장을 보다 튼튼하게 한다. 하지만 갱년기에는 신장 기능이 저하돼 심장의 화기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열기는 심장에 머물러 과열시킨다. 이렇게 심장이 뜨겁게 달궈질 경우 전신에 피, 에너지 등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안면 홍조, 가슴 답답함 등의 여러 신체적인 증상이 유발되면서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서는 과열된 심장과 신장의 기능을 함께 다스려 보아야 한다. 달아오른 심장의 열을 낮춰주고, 신장에는 부족한 정혈을 공급하여 채워 넣어 줌으로써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를 진행해 본다면 불면증을 비롯해 우울증, 화병 등까지도 전반적으로 관리를 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면 환경의 개선,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의 자제 등 생활 속에서의 관리도 병행하면서 수면의 질을 높여 증상을 관리하고 다른 신체적, 정신과적인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낮춰보아야 한다.
자하연한의원김가나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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