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으로 앉아있는 시간 증가, 자궁 압박하는 좌식습관 주의 … 기름진 식습관 다낭성증후군에도 영향
실제 지난 9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백신접종 후 부정출혈, 생리불순’ 사례는 일주일간 700건이 넘는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도 각 15만건, 3만건이 넘는 이상 증상이 보고됐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백신접종 전후 생리주기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예일대와 오리건 보건과학대 등 미국 공동연구팀은 생리주기 관리 앱을 사용하는 여성 4000여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전후 생리주기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백신을 접종한 여성의 생리 주기가 평균 하루 정도 길어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대해 예일대 휴 테일러 교수는 “연구에서 나타난 변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며 의학적으로 봤을 때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통해 백신접종으로 인한 생리불순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부정출혈의 원인은 다양하고 환경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상황 속 급변한 일상은 여성의 생활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이에 자생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전문의 김순아 원장의 도움말로 뉴노멀 시대에 위협받는 여성 건강과 생리불순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음식 소비 증가…고칼로리 식단 다낭성난소증후군 유발
생리불순의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는 다낭성난소증후군, 뇌하수체종양, 고프락틴혈증 등이 있다. 그 중 생리불순의 대표적인 원인에 해당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빈번히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수는 2018년 4만8207명, 2019년 5만1834명, 2020년 5만489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며 나타난다. 호르몬 변화는 인슐린 저항성 문제와 연관이 깊다. 고칼로리 식단으로 인해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호르몬 분비가 촉진돼 다낭성난소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 이용률이 늘면서 고칼로리 식단이 여성 건강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의 배달 앱 연간 결제금액은 2018년 3.9조원에서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12.2조원으로 증가했다.
배달음식은 단짠(달고 짠) 메뉴가 많기 때문에 급격한 당 수치 상승을 야기한다. 따라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로우스펙(Low-Spec) 음식을 먹어야 한다. 로우스펙 음식이란 칼로리와 당, 염분을 낮춘 식품을 의미한다.
로우스펙 음식으로 추천하는 것은 곤약밥과 두부면이다. 곤약밥은 칼로리는 낮지만 포만감이 큰 곤약을 활용해서 만든 밥이다. 밥을 지을 때 곤약을 섞어 넣으면 칼로리 섭취를 40%나 줄일 수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두부를 얇고 길게 면처럼 썰어낸 두부면은 탄수화물을 대체하기 좋은 수단이다. 두부면으로 파스타를 할 경우 1인분 기준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27g에서 3g으로 낮출 수 있다.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 카페인을 꼽을 수 있다. 카페인 남용은 에스트로겐 수치의 변화를 준다. 따라서 생리 전후에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는 삼가는 것이 좋고, 그 대신 제로스펙(Zero-Spec) 음료를 마실 것을 권한다. 제로스펙 음료에는 디카페인 음료와 당도가 낮은 제로 칼로리 음료 등이 있다.
자생한방병원 김순아 원장은 “한방에서도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의 반복 섭취는 혈액이 한 곳에 정체되는 현상인 어혈을 야기해 체내 순환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본다”며 “생리불순은 주로 자궁 안의 어혈이 문제기 때문에 의료진의 진료를 거친 후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 속 외부활동 감소…자궁 압박하는 좌식습관 주의해야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 제한도 생리불순에 영향을 준다. 재택근무와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 연구팀이 35개 연구기관에서 실시한 국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신체활동이 35% 감소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2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올바른 좌식습관이 중요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자세는 골반을 틀어지게 해 생리불순의 원인이 된다. 위로 꼬아 포갠 다리 쪽 골반에 체중이 실리면서 반대쪽 골반 근육들이 당겨져 자궁에 압박을 준다.
자생한방병원 김순아 원장은 골반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에 대해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데 좋은 체조는 ‘한발 기마 스트레칭’과 ‘학다리 스트레칭’이 있다.
한발 기마 스트레칭은 무릎으로 선 자세에서 쪽 발을 앞으로 내디딘 다음 무릎을 밀어주는 자세다. 무릎을 최대한 구부리되 몸의 중심을 일직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반대쪽 무릎까지 한 세트로 총 3회 반복해 주면 골반 이완과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학다리 스트레칭은 몸을 지탱할 물건이 옆에 있을 때 따라 하기 좋다. 의자나 벽을 잡고 바르게 선 다음 한쪽 발을 뒤로 들어 올려 발목을 잡아준다. 발목을 손으로 잡기 어렵다면 수건이나 밴드를 활용해도 좋다.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이면서 오른쪽 다리를 쭉 당겨주면 된다. 동작은 좌우 각각 15초씩 3세트가 적당하다. 학다리 스트레칭은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직근을 이완하여 틀어진 골반 교정에 효과적이다.
만약 스트레칭을 할 때 통증이 심하거나 일주일 이상이 지속된다면 골반 교정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이 경우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은 후 필요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자생한방병원 김순아 원장은 “골반의 균형이 깨지면 생리불순뿐만 아니라 몸 안의 장기 기능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코로나 상황 속 변화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체질을 개선하고 호르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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