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동물병원김용섭수의사
수성동물병원김용섭수의사
모든 수의사가 유기동물을 심심치않게 접하겠지만, 나는 유독 유기동물 치료 케이스가 많은 편이라 지금까지 손을 거쳐간 유기동물만 3000마리가 넘어간다. 가장 많은 케이스는 역시 중성화다.

유기묘 유기견 중성화 케이스는 단순한 TNR을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올바른 시기에 중성화를 받는 아이들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진행되지만,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유기 반려동물은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등의 중증질환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종종 TNR보다 큰 수술과 어려운 치료가 요구될 수 있다.

그 중 자궁축농증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자궁축농증은 세균에 감염되어 자궁에 농이 차는 질환을 말한다. 발정 후기에 합성 및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백혈구의 움직임을 저하시키고 자궁 내막을 두껍게 만들어 입구를 폐쇄시키고 분비물을 발생시킨다. 이때 반려동물의 체내에 있는 대장균의 일종이 분비물과 함께 자궁내막과 자궁근에 부착하고 증식하여 염증을 유발시키면서 자궁축농증이 발생되는 것이다.

자궁축농증은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개방형은 고름이 외음부 밖으로 흘러나와 몸에 묻기도 하고 냄새도 심하여 증상을 발견하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폐쇄형은 고름이 배출되지 않은 상태로 병이 진행되다 보니 발견이 늦어 복부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상태까지 되기도 한다.

고양이의 경우 발정 8주 내, 강아지의 경우 발정 4주~4개월 내에 발생되는데, 활기가 없어지고 식욕저하가 일어나며 몸에 열이 나고 설사, 구토, 복부팽창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감염된 세균에서 발생되는 LPS라는 독소가 신장에 작용하는 수분 재흡수 호르몬의 작용을 떨어뜨려 체내 수분을 부족하게 만들어 물을 많이 마시는 증상을 야기시킨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우선 초음파 검진으로 아이의 자궁 상태를 확인하고 자궁축농증으로 진단되면 자궁과 난소를 적출하는 수술만이 유일한 완치법이다. 물론 고름이 원활하게 배출되거나 패혈증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이용한 내과 치료도 가능하나 이는 일시적 완화법일 뿐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방치할 경우 패혈증, 쇼크는 물론 자궁내 농이 심하게 쌓여 파열과 함께 복막염을 유발하는 등 생명에 지장이 생길 만큼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출산을 한 적 없거나, 출산한 뒤 오랫동안 출산경험이 없는 반려묘, 반려견들은 과도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발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출산 계획이 없다면 중성화 수술을 통해 호르몬 분비를 사전에 차단하는 중성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반려동물들의 30% 이상에 달하는 자궁축농증은 중성화 수술을 통해 아이들이 아프기 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자궁축농증으로 인해 농이 가득 찬 자궁과 난소 적출 수술은 일반적인 중성화와는 다르다. 보호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 비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아프고 고생해야 하는 정도가 다르다.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 자궁축농증. 적절한 시기의 중성화로 미리 예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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