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치료법 없는 대신 ‘인지행동치료’ 와 ‘이명재훈련치료’ 등 사용되기도
이명이란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머리나 귀에서 ‘삐-’, ‘찌-’, 쉬-’ 또는 바람소리나 박동소리 등 의미 없는 소리가 들리는 이상 음감이다. 즉, 외부에서 발생하지 않은 소리가 내부에서 들린다고 느껴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명으로 인해 본인이 괴로움을 호소하더라도 실제로 주위 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머리 내부에서 박동음이나 혈류에 의한 특정음이 발생되어 실제로 이상음이 들리게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명은 질병보다는 증상으로 분류되며 미국 의학교육논단의 2022년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0~15%가 이명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특히 소아의 이명 발생률은 13%로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적막한 상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명은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휴식을 취하면 쉽게 사라지지만 적당한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불편함을 주는 실체 없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면 이명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심한 정도의 중증 이명 환자들은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이명은 객관적 이명과 주관적 이명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객관적 이명은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며 귓속뼈를 움직이는 근육이나 턱관절 이상, 혈관 문제 등으로 발생하여 때로는 주위 사람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원인이 밝혀지면 이에 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주관적 이명은 내이질환, 염증, 스트레스, 노화에 따른 청력 장애, 청신경 종양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우며 비정상적이고 반복적인 뇌 내부 자극이 청각신경을 자극하여 본인에게는 실제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이명의 발생기전에는 기분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변연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 등 정서장애가 있는 경우 이명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동진료가 필요하며 선행 질환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명 증상이 지속되고 이 때문에 생활에서 불편감이 생기는 경우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이명이라 생각했던 증상이 청각까지 잃게 만드는 돌발성 난청의 동반 증상일 수도 있고, 극히 드물지만 난청과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하면서 청각신경 주변에서 발생한 뇌종양(청신경종, 전정신경종)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은 상당수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1~2개월 내로 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환자에 따라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있을 시 감별 진단을 위한 검사와 상담을 통해 선행 요인과 악화 요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을 진단하기 위해 환자는 전문의의 문진과 진찰을 통해 발생 주기나 증상, 이명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자신의 청력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순음청력검사와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 및 이명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하는 각종 설문검사와 이명검사 등이 필요하다.
현재 이명의 원인과 기전을 파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것들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감기약이나 두통약처럼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뚜렷한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인지행동치료’라는 치료법을 통해 이명을 자각하는 인지 상황을 단계적으로 개선시켜 이명의 호전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고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병원에서 개별 환자들에게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명현상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환자 본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자신이 이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명이라는 이상음감을 자신과 분리해 객관화시켜 일상의 사소한 잡음과 같은 범주에 혼합하는 뇌 훈련을 하는 것인데 이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구체적인 상담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이명 정도가 호전됨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이명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공포감으로 인해 이 느낌에 더욱 집중하고 스스로 이명음의 분석을 시도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러한 행동은 이명에 대한 자각강도를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명완화를 위해 ‘이명재훈련치료’가 이용될 수도 있는데 이 치료는 상담과 이명과 유사한 소리를 통해 뇌에서 이명을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자극으로 인식하도록 ‘습관화’를 형성시켜 불필요하게 뇌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흔히 백색 소음이라고 하는 일상적인 잡음이 우리가 이미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극으로 알려져 있는데, 충분한 훈련을 통해 환자는 자신의 이명도 백색 소음처럼 주변에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수준이 되면 점차 이명감에 대해 예민도가 감소하게 되고 결국 평소에 거의 인지하지 않고 지내게 된다.
이명 치료에는 최소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치료에 임해야 하고 환자 본인도 충분한 수면, 금주, 금연 및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유지, 이명치료를 위한 훈련습관 형성 등 각고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일상에서도 이명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상황은 가급적 피하고, 과음,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긴장감을 해소하는 것으로도 이명 증상이 이전보다 완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야외활동이나 취미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심신의 안정과 행복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어린이나 청소년기 아동의 이명이 발견되면 크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호전되거나 곧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기본적인 청각 관련 검사에서 특이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상담과 관찰을 진행하면 된다. 소아의 경우 현실 인지능력이 성인보다 비교적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는 이명에 대한 불필요한 각성이나 강박적 사고를 심어주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아이들이 계속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한다면 앞서 언급된 중추나 내이질환의 동반 증상일 수도 있지만 상당수가 심리적 요인 때문일 수 있기 때문에 가정/학교 환경 및 심리에 대한 상담 등을 통해 평소 아이가 처한 상황과 강박적인 사고나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온라인 게임이나 기타 유해한 정보 등에 노출되어 중독성 경향이나 강박사고가 이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호자가 평소에 세심하게 살피고 건강한 야외활동을 권장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이비인후과김영호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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