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알츠하이머 처방 약제들은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시킬 뿐 치매의 진행 속도 자체를 늦추지는 못했었다. 레켐비는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로 투여하게 되는데 1,795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실험한 결과, 환자의 인지 능력 감소가 5개월 가량 늦게 진행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일부에서 뇌부종, 뇌출혈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우려하는 입장도 있었으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에 비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다는 점이 주요했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테레사 부라키오 국장 대행은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원인과 치료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 약물이 입증됐다.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신경전문의 로런스 호니그 교수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신기원이 시작되는 첫걸음이라며 더 효과가 좋은 치료제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길이 열린다는 소식에 세계가 반색하고 있다. 의사와 과학자들은 예방적 치료와 근본적인 원인 연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세계적 고령화 추세로 인한 현실 속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 의료 전문가 및 연구자들은 간병인의 공급 확대, 데이터 정확성의 개선, 대중에게 예방과 치료에 대한 더 많은 정보의 제공 등 시스템 마련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빈부의 격차, 의료지원 제도, 의료시설의 접근성 등 SDOH(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의해 알츠하이머의 발병률, 유병률 뿐만 아니라 치료 결과도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SDOH 요인이 높은 뉴욕주나 메릴랜드주에 반해 빈곤지역에 해당하는 미시시피주의 경우 알츠하이머 사망률이 전국 평균 두 배가 높은 약 145%였으며, 뉴욕과 메릴렌드에 비해 세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5년 초고령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백민석교수 연구팀은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유병률 및 발병률의 최근 추세를 밝혀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국내 40세 이상 남녀 2,000여 명의 빅데이터를 추적, 관찰한 결과이다. 인구 1,000명당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은 2006년 1.83명에서 2015년 5.21명으로 약 2.85배 상승했고 알츠하이머 치매 ‘유병률’은 2006년 3.17명에서 2015년 15.75명으로 약 5배가량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40세 이상 전 연령대에서 동일한 추이를 보였다. 백민석 교수는 “우리나라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의 증가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치매의 조기 진단률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에 의한 영향이었으며 앞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조기진단과 동반질환의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레켐비의 치료비는 비싸다. 1년 치 약값은 약 26,000달러(약 3,500만원)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시 1년 투약 비용이 900만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는 이르면 2024년이나 2025년 상반기 안으로 허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약값을 낮출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협상력 등 해결할 과제와 건강보험급여 적용까지 예상한다면 실제 처방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레켐비에 이어 후발주자인 미국제약사 일라이릴리도 ‘도나네맙’ 신약 임상결과를 내놓았다. 레켐비보다 효과가 더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꾸준히 임상에 대한 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길은 점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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