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 지난 8월 27일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관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당시 참석자들이 마약을 투약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범위를 넓혀 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22번째로 입건됐는데 A씨의 직업은 수의사로 확인됐다.

최근 마약류 범죄에 연루된 사람의 직종과 직군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물병원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마약류를 취급한 수의사는 5,239명으로 치과의사 수(5,165명)을 넘어섰다. 마약류 처방량도 수의사(257만 6,085개)가 치과의사(246만 5,924개)보다 많았다. 원래 지금까지 처방건수는 수의사가 치과의사보다 많았지만 취급자 수와 처방량까지 많아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과 관련해 동물병원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총 209건으로, 2020년 73건, 2021년 64건, 2022년 72건이었다. 같은 기간 식약처가 「마약류관리법」에 의하여 동물병원을 수사의뢰(고발)한 사례는 13건이었다. 이는 병원 및 의원(272건)에 비하면 한참 적지만 약국(11건)보다는 많은 숫자이다. 수사의뢰(고발)된 13건 중에서는 11건이 송치되었고 2건이 불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의료기관에 더해 동물병원도 마약류 관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동물병원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먼저 동물의 경우 사람과 달리 마약류의 오남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동물은 종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양해 투약된 마약류의 양이 적정한 수준인지 확인하기가 힘들다.

인재근 의원은 식약처에 ‘동물과 사람에게 처방되는 마약류의 용법과 용량이 어떻게 다른지, 동물과 사람에게 처방되는 마약류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세운 기준이나 지침이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식약처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 또는 제조하려는 경우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사람에게 사용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동물용으로만 사용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동물용 의약품등 취급규칙」에서 정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즉 사람에게 쓰는 마약류를 동물에게 사용할 경우를 가정한 기준과 지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동물에게 마약류를 투약할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인재근 의원은 「마약류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하기 위해 동물병원 안에서 마약류 투약을 완료한 경우 동물의 주인이나 관리자의 정보를 보고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수의사법 시행규칙」상 진료부의 보존기간도 1년으로 한정되어 있어 관계부처의 점검이나 수사가 조금만 늦어도 주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다.

인재근 의원은 “일부 동물병원과 수의사의 일탈로 인해 선량한 다수까지 마약류 불법 사용의 일선에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는 보다 신뢰할 만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식약처의 인력 규모와 전문성으로 동물병원의 마약류까지 관리·감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농식품부 등의 전문 인력 파견이나 교류를 통해 관리·감독 능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처방되는 마약류도 사람에게 처방되는 마약류에 준하는 정보가 기록·보관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