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10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인 설명의무에 관한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독감 치료제 부작용 사고와 관련하여, 설명의무의 확대해석을 통한 고액배상 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유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불의의 사고를 입은 해당 환자분과 상심이 컸을 환자의 보호자 등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학계 보고 등에 따르면 해당 환자의 신경이상증세가 독감의 증상인지 독감 치료 주사제의 부작용인지도 불명확하고, 기존 법리에 비추어 볼 때도 설명의무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이어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한계”라며 “진료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오진이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등에 엄격한 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과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며, 이는 불안정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위험성이 있는 수술 등을 기피하도록 하는 방어진료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현실을 무시한 채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의 소신진료 위축과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가속화하여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의사와 국민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속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약물부작용에 의한 환자의 피해구제를 위하여 국회와 정부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남부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주채광)은 독감 치료 후 환각 증상으로 거주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A군(17세) 가족이 병원과 담당의사를 상대로 낸 소해배상 청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정하고 5억7천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2018년 전신근육통과 고열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A군은 독감 진단을 받고 페라미플루를 접종했다. 이후 경과가 개선된 A군은 저녁 9시에 경구약을 처방받고 귀가했으나, 다음날 거주 중이던 7층 아파트에서 부엌 창문을 열고 뛰어 내려 하반신 마비를 얻었다. 당시 그는 추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페라미플루의 부작용으로 소아청소년들에서 정신·신경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병원이 이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 및 주의관찰 필요성 등을 보호자에게 설명하지 않아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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