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구강 질환은 치석으로부터 시작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먹은 음식물 찌꺼기를 잘 제거해 주지 않으면 치태(플라그)가 딱딱하게 굳어 치석으로 변한다. 보통 이빨과 잇몸 사이에 생기는데 이를 치료하지 않을 경우, 염증으로 번지고 구취가 발생하는 것이다.
잇몸에 생기는 질환은 대부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치석이 생기고 점점 잇몸이 붓고 붉어지면서 치주염, 치은염으로 발전한다. 둘 질병의 차이는 염증의 범위이다. 치은염은 염증이 잇몸에만 발생한 것이고 치주염은 잇몸 뼈 주변 치조골까지 염증이 퍼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염증을 방치할 경우, 반려견은 눈 아래 구멍이 생기는 치근단농양, 반려묘는 구내염, 치아흡수성병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구강 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방법은 꾸준한 양치질이다. 양치 시작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반려동물이 클수록 칫솔과 치약에 적응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생후 10주가 지나면 유치가 다 자라고 4개월 전후로 이갈이를 하며 영구치가 자란다. 이때 맞춰 양치질을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양치 주기는 하루에 한 번씩 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칫솔 선택도 중요하다. 칫솔은 모양에 따라 용도가 조금씩 다른데 전체적으로 닦을 때는 기본 칫솔을 사용하면 되고 이빨 사이사이를 닦을 때에는 사람용 치간 칫솔과 같은 작은 칫솔을 사용하면 좋다. 또 칫솔모가 너무 뻣뻣하면 오히려 잇몸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반려동물 이빨의 사이즈, 잇몸 상태 등을 고려해 칫솔을 골라야 한다.
처음부터 양치질을 잘하는 강아지 · 고양이는 없을 것이다. 칫솔질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심하다면 우선 손가락에 치약을 짜 핥아먹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때 치약은 반드시 반려동물 전용 치약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한 단계씩 늘려나가면 된다. 1일차에는 단순히 치약만 핥았다면 2일차에는 칫솔 위에 치약을 짜 핥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치약과 칫솔에 익숙해지면 치아 표면부터 칫솔로 살살 닦아주도록 하자. 종종 이빨 만지는 것부터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입 주변을 만지면 간식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고 이빨을 만졌을 때 보상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양치질 이외에도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진행해 주는 것도 좋다. 스케일링은 양치질만으로 제거할 수 없는 치석을 제거할 수 있다. 치아 건강, 치석이 쌓이는 속도에 따라 빈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1년 주기로 진행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로도 입냄새가 나아지지 않고 잇몸 출혈, 밥을 잘 먹지 않는 모습, 입가에 침이 흥건한 모습, 눈가에 구멍이 있는 모습 등의 증상이 보인다면 구강이 아닌 다른 곳의 문제일 수 있으니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수의사와 상담해 보아야 한다.
강아지·고양이의 90%는 치과 질환을 겪는다. 잇몸과 구강 내 염증이 생기면 고통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반려동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평소에 할 수 있는 치아 관리를 꾸준히 하기를 바란다.
(글 : 다루동물병원 이범로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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