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건강 찾기④] 짧고 강한 정보 주는 쇼츠와 릴스, 도파민 중독 일으켜
망가진 전두엽으로 집중력과 성취감 저하…더 자극적인 미디어 찾아
밖으로 나가 건강한 취미 만들기 등 일상서 즐거움 느끼는 방법으로 건강하게
국립정신건강센터 2023 중독 주요 지표 중 ‘디지털 미디어 중독’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3세 이상 69세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특히 청소년 40.1%, 유·아동 26.7%, 성인 22.8%로 젊은 연령층에서 높은 중독률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중독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않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신도 도파민 중독이다
쇼츠나 릴스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정보를 자주 접하게 만든다. 즉각적인 자극과 보상을 제공하는 메커니즘이 작용해 뇌가 도파민을 계속해서 분비한다. 도파민 분비에 익숙해진 뇌는 빠른 시간 안에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자극에 의존하게 된다.
반복적으로 과도한 도파민 자극은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를 낮춘다. 기존 미디어 자극으로는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하고 더 강한 경험과 행동을 필요로 하게 된다. 높아진 자극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무기력함을 느끼고 인내심이 약화돼 충동적인 성향이 강화된다.
[미디어 중독으로 인한 대표적인 도파민 중독 의심 증상]
1. 습관처럼 계속되는 소셜 미디어 피드 스크롤
2. 오래 걸리는 콘텐츠나 지연되는 작업에는 흥미를 잃고 쉽게 포기
3. 주의가 여러 방면으로 분산돼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활동 증가
4. 실제 사회 생활에서 흥미 상실로 인한 활동 회피
5. 장기 목표 상실과 계획 수립의 어려움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짧은 영상으로 도파민 중독에 노출돼 뇌가 망가지고 있는 신호이다.
◇혹시 나도 ADHD?
도파민 중독은 집중력과 정보 처리, 의사 결정, 계획 수입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망가뜨린다. 전두엽은 청소년기에 고도로 발달해 집중력과 충동 억제 능력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아직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미디어 콘텐츠 같은 빠른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쉽다. 성인기에 이르러 전두엽 기능이 최대로 활성화되며 완전히 발달한다.
전두엽의 성장이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에 쇼츠나 릴스 같은 짧고 강력한 자극은 뇌의 활동을 방해한다. 고차원적 사고나 장기 집중을 방해해 더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은 ADHD 증상과 유사하게 나타나 ADH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작업에 오랜 시간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해 집중력이 분산되는 행동을 자주 겪는다. 또한 쉽게 주변 자극에 주의를 빼앗겨 새로운 자극을 탐색한다. 스크롤만으로 더 강한 자극에 노출돼 주의력 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독서나,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고 직장인은 업무 수행력이 저하돼 일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시간 많은 정보의 유입으로 인지 과부하를 초래해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한다. 다양한 자극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두엽은 중요한 정보에 집중해 깊이 있는 처리와 이해는 돕는다. 하지만 짧은 영상 속에서 접하는 정보들은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정보만 제공해 전두엽이 깊이 사고할 기회와 시간이 제공되지 않는다. 정보를 통합,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 약화된다.
목표 수립과 이에 대한 성취감도 감소한다. 도파민에 중독된 전두엽은 점차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게 되며 긴 시간 보상 없는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인내력과 흥미가 떨어져 단기적인 즐거움에만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충동적인 미디어 사용이 증가하고 다른 일을 쉽게 포기하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라
전두엽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미디어 노출과 이로 인한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 영상 시청 시간을 정해 제한하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처음부터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간 측정 앱을 통해 스크린 타임을 관리하고 어떤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지 파악한다. 이후 사용 시간을 조금씩 줄여가는 훈련을 통해 목표 달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 감소 목표를 비롯해 작은 목표를 설정해 집중력과 인내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에 책 5장 읽기, 러닝 15분 달리기 등 구체적이되 달성 가능한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를 시행하는 중에는 스마트폰은 사용하지 않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작은 목표를 시작으로 목표 달성과 보상을 느끼는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집이 아닌 외부로 나가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것도 건강한 전두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미디어 의존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제공한다. 삶의 만족도 개선과 동시에 뇌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도파민 중독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있다. 오감을 활용하는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아 성찰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미디어 디톡스의 다양한 방법들은 미디어 없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자연스럽게 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작은 화면 속이 아닌 더 큰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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