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다이어트용 펜터민, 실로폰과 성분 구성 유사한데다 정신질환까지 유발해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배우 양모씨는 지난달 12일 오전 3시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차도로 뛰어들고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신고당했다.
간이 마약검사에서는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양씨는 작품 촬영 때문에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을 뿐 마약을 투약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 결과 식욕억제제 성분인 펜터민에 대해서만 양성반응이 나왔고, 기타 마약류를 대상으로는 모두 음성반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실제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기록 등을 종합해 최근 불기소 의견 송치했다.
양씨가 복용한 펜터민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고혈압·당뇨 환자들의 체중 감량용으로 쓰이는 식욕억제제다.
펜터민은 도파민 분비를 극단적으로 증가시켜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다른 다이어트약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효과가 나타나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신경 전달 물질에 강한 영향을 주고, 성분 구성이 필로폰과 유사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된다는 점은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양씨에 대한 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환자가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질환이 악화하고, 심하면 환각 증세에 시달릴 우려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펜터민 복용 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우울감을 겪는다는 반응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펜터민을 처방할 때 보통 하루 알약 1개, 복용 기간은 4주 이내 등으로 복용량과 기간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그러나 실제로 비만 클리닉은 물론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는 BMI와 상관없이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제로 펜터민을 자주 처방한다.
의사가 정상적으로 처방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올바르게 복용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배우 양씨 역시 경찰 신고가 접수된 날 하루 복용량을 훌쩍 넘는 펜터민 8개를 복용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효과를 보려고 하루에 펜터민계 식욕억제제를 2∼3알 복용한 후 정신질환이 생겨 입원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며 "일반 비만클리닉 등에서 위험성을 모르고 처방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펜터민계 식욕억제제는 중독이나 오·남용 위험성이 큰 만큼 처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처방받은 뒤 환자는 자주 내원하고, 의사는 환자의 남용 가능성을 유심히 살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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